쇼케이스 2021 : 페르소나 사회

본 프로그램은 동시대의 융합예술 창작과 연구에 있어 지역 기반의 확장을 목표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융합예술센터의 아트콜라이더랩과 성북문화재단 성북구립미술관의 성북예술창작터가 협력하여, 융합예술 분야 신진예술가를 발굴하고 지원하고자 기획된 프로그램입니다. 


아트콜라이더랩은 교내 ‘예술과 기술, 문화의 융합’에 대한 실험단계의 창작 연구를 발굴하고 지원하고자 프로덕션 개념의 《융합예술 신진예술가 창작 프로그램》을 운영해왔습니다. 본 프로그램은 융합예술 신진예술가의 창작과 연구를 지원하는 <창작 지원>과 창작 과정 및 결과물을 발표하고 교류하는 <쇼케이스>로 구성되었습니다. <창작 지원>은 동시대 예술과 기술 사회에서 함께 생각해 볼 만한 주제를 제시하고, 이를 해석한 다양한 융합예술 창작과 연구 기획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입니다. 2021년도의 주제는 ‘페르소나(Persona)’였습니다. 이번 주제를 통해서 현대 사회의 다매체 환경에서 파생된 ‘멀티 페르소나’ 현상을 토대로 한 다양한 예술적 해석과 실천을 발굴하여 지원했습니다. 본 프로그램은 ➀창/제작 방법 교육(멘토링), ➁창작 지원금(팀당 300만 원), ➂창작 교류로 구성되어있고, <창작 지원>에 참여한 신진예술가들은 7월 한 달 동안의 프로젝션 맵핑(정수봉), AR(남기륭), VR(박동준)의 3개 수업 참여를 포함한 총 6개월간의 연구와 실험을 이번 <쇼케이스>에서 선보였습니다. 


성북예술창작터는 다양한 장르의 창작자들과 함께 미래를 준비하는 장으로 자리매김하고자 설립된 성북구립미술관의 첫 번째 분관입니다. 설립된 2013년 이래로,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신진예술가를 발견하고, 나아가 지역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열린 예술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한 지속적인 시도를 이어왔습니다. 이러한 기관의 취지가 서로 연결되어 지난 3년간 아트콜라이더랩의 <쇼케이스>와 성북예술창작터의 <관-학 연계 프로그램>과 연계하여 진행했습니다. 같은 지역에 위치한 예술학교와 예술기관 간의 연계를 통해, 작품 창작의 아이디어부터 과정, 결과물 발표까지 모든 과정을 지원하여 선보여왔습니다.

페르소나 사회

본 전시 <페르소나 사회>는 아트콜라이더랩(한국예술종합학교 부설기관)과 성북예술창작터(성북구립미술관 분관)가 융합예술 분야의 신진예술가, 연구자를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해 3년째 협력하여 진행하고 있는 《융합예술 신진예술가 창작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구성된 기획전입니다. 본 프로그램에서는 동시대 예술과 기술 사회에서 함께 생각해 볼 만한 주제를 제시하고, 참여자를 공모했습니다. 2021년 참여자 공모의 주제는 ‘페르소나’였습니다. 페르소나는 연극에서 배우가 쓰던 ‘가면’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되었는데, 인격을 뜻하는‘Person, Personality’의 어원입니다. 심리학자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은 “인간은 천 개의 페르소나를 지니고 있어서 상황에 따라 적절한 가면을 쓰고 관계를 만들어 간다.”라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인간은 자신과 사회 요구 간의 적절한 타협점으로 페르소나를 만들며, 이때 페르소나는 인간이 마주한 상황과 환경에 적응할 수 있게 해 주는 일종의 매개체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최근, 발달한 미디어 기술과 온라인 공간으로 자신과 사회를 연결하는 많은 미디어 플랫폼이 생겨나면서 ‘멀티 페르소나’가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플랫폼들, 일명 메타버스 공간은 자신이 직접 노출되지 않는 익명의 공간으로 더욱 다양한 정체성을 표출하기에 적합한 환경입니다. 이 공간에서 우리는 현실과 다른 모습의 페르소나를 만들고, 그 안에서의 사회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2021년 공모에서는 매년 3월에 참여자 공모를 진행하는데 2021년도에는 미디어, 퍼포먼스, 담론 연구 등 다양한 분야와 장르의 신진 예술가가 총 8명(팀)이 선정되었고, 성북예술창작터 1, 2층 전시장에서 그동안의 과정과 결과물을 선보였습니다. 전시장 1층에는 송하린과 공재이X임민재의 작품이 설치되었습니다. 송하린의 <Chamber Dance, Dance Chamber>는 두 개의 섹션으로 이루어진 미디어 퍼포먼스로, 각각 미디어와 퍼포머가 이루는 듀엣(2인무)과 미디어가 설치된 공간에서 관람객과 함께 구성되는 가상의 콰르텟(4인무)로 미디어가 이루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인간의 행위(춤)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공재이X임민재의 이번 작품 <uncanny symmetry>는 AI(인공지능)를 이용한 미디어 설치 작품으로, 나와 나의 데이터로 재구성된 페르소나 사이에 어떠한 간극이 있는지 질문을 던지는 인터렉티브 사운드 작품입니다. 


2층으로 올라가면 첫 번째로 보이는 작품 <Central Dogma : Real me>은 이세인의 사운드 작픔으로, 페르소나를 형성하기 이전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DNA 염색체에서 탐구해보고자 창작한 작품입니다. 2층 전시장 가운데에 설치되어 있는 작품 <Liquidis>는 두 명의 관람자가 함께 체험하는 방식의 VR작픔으로, 작가인 두도웨이브는 대화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을 가상공간 안에서 시각적으로 풀어내고자 했습니다. 스튜디오 풀옵션의 아트게임 작품 <Holiday in Moscow>는 모스크바 도심 곳곳에 흩어진 힌트를 통해서 행방불명된 범죄자 이도명을 추적하는 게임으로, 플레이 과정에서 획득한 다양한 페르소나 속에서, 나(플레이어)를 이루는 주체성이 무엇인지 질문할 수 있게 제작되었습니다. 2층 전시장의 가장 큰 방으로 이루어진 작품 <"meet me at 1.048596 :)">은 관람객이 방에 입장 전 작성한 정보를 바탕으로 음악을 변화시키는 인터랙션 작품으로, 작가인 팀 UNIT은 인터넷의 속도 차이로 발생하는 ‘시차’에 대한 경험을 재미있게 해석하여 표현하고자 이번 작품을 제작했습니다. 김얼터는 이번 공모에서 담론 연구 분야로 선정되었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메타버스 공간에서 존재하는 페르소나에 대한 다롬 연구를 영상과 텍스로 선보입니다. 전시장을 나오기 전 마지막으로 관람객을 맞이하는 Persona-L의 <Persona Processing>은 영상 제작 과정인 <Importing>, <Editing>, <Exporting>에 빗대어 한국 사회에서 90년대생 여성으로 살아가는 세 명의 여성 감독이 어떻게 자신의 이야기로 다큐멘터리 작품 세계를 구축해 나가는지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서 누군가의 잣대에 의해 형성되는 페르소나가 아닌, 자신에게 내재된 다양한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용기로서 페르소나가 형성되길 바라는 메세지를 던지고자 했습니다. 


하나의 주제에서 파생된 각 작가의 작품 과정과 결과물, 전달 방식은 서로 다르지만, 이번 전시를 통해 능동적으로 자신에게 맞는 페르소나를 찾고자 하는 시도와 제안으로서 관람객을 맞이했습니다. 발달한 기술은 빠른 속도로 현실과 가상이 연결된 새로운 환경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기존의 질서와 미래의 예견된 변화 사이에서 혼란한 상황 속에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파생된 ‘멀티 페르소나’ 현상을 대하는 각 작가의 관점으로 이루어진 동시대 ‘사회’적 풍경으로 이 전시가 다가가길 바랍니다. 


이다영(한국예술종합학교 융합예술센터 연구원)

전시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