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케이스 2019 : Playing the Future

포스터 & 리플렛

융합예술센터는 교내 “예술과 기술, 문화의 융합으로서 미디어”에 대한 창작 연구를 발굴하고 지원하고자 프로덕션 개념의 <창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본 프로그램은 실험단계의 프로젝트를 교내 공모를 통해 선발하고, 창작지원금과 교육을 지원하는 <창작 지원>과 지원 기간동안 발전시킨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발표하고, 교류할 수 있는 장인 <쇼케이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2019년도 상반기 진행한 <창작 지원>의 주제는 ‘플레이플 미디어(Playful Media)’였습니다. 미디어의 상호작용성은 우리가 예술 감상 행위에 그치지 않고 예술가의 세계 속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즉 ‘플레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점점 미디어에 대한 관심과 영향력이 높아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번 주제를 통해서 미디어의 상호작용성에 대한 다양한 경험과 해석을 바탕으로 한 창작 연구를 발굴하고, 지원하고자 하였습니다. 또한 올해부터는 미디어를 둘러싼 상호작용과 놀이 문화, 젠더와 사회, 교육, 또는 새로운 표현 방식의 미디어 아트를 중심으로 전개한 관련 담론 연구도 포함하여, 다양한 프로젝트 지원을 도모했습니다. 교내외 전문가 심사위원을 통해서 총 8명(팀)이 선발되었고, 총 6개월 동안 프로젝트를 발전시켰습니다. 선발된 프로젝트는 올해 <창작 프로그램> 공동주최 기관인 성북문화재단 성북구립미술관의 성북예술창작터에서 <쇼케이스> 프로그램을 통해 선보였습니다. 예술학교와 미술관 간의 연계로, 작품 창작의 아이디어부터 과정, 결과물 발표까지 모든 과정을 지원하고자 했습니다.


<Playing, the Future>


“21세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우리는 모두 새로운 영역의 이민자입니다.… 우리가 적응해야 할 것은, 어떠한 특정 변화가 아니라 우리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입니다. 

Well, welcome to the twenty-first century. We are all immigrants in a new territory. … What we need to adapt to, more than any particular change, is the fact that we are changing so rapidly.”

– Douglas Rushkoff, “Introduction: The children of chaos”, Playing the Future, 1996

국내에서 『카오스의 아이들』(민음사, 1997)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더글라스 러시코프의 원작 『Playing the Future』(1996)는 전자오락과 인터넷 속에서 성장한 스크린 세대(screenagers)의 특징과 이들이 만들어갈 변화를 예견한 책이다. 기술이 가진 편향성, 규칙이 없어 보이는 상황과 환경을 인식하는 방식, 주체와 객체에 대한 구분이 불명확한 시대는 더글라스가 인식한 당대의 풍경이다. 이는 어딘가 낯설지 않다. 20세기의 끝에서 바라본 (이른바) “새로운” 시대는 마치 관찰자가 현미경 아래에 있어 더 이상 관찰자와 관찰 대상의 구분이 불가능하게 되었다는 지난 시대의 묘사가 극대화된 듯하다.


더글라스는 혼란스러운 미래에 대한 진단-오류, 불확정, 컬트적인-이 기성세대가 가진 두려움-명료성, 합리성, 예측 가능성 등 기존의 가치에 반하는 데서 오는-과 상응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확실성을 두려워하고 기피하기보다 이러한 환경을 “플레잉”하는 아이들에 주목한다. 스크린에이저에게 게임과 같은 세상은 불연속성 자체가 유일한 룰인 곳이다. 날이 갈수록 점핑의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TV 채널을 돌리고, 유튜브 재생 바를 10초 단위로 앞당긴다. 일종의 채널 서핑에 가까운 이 행위는 불연속성에 대한 감각을 인지하며 그것의 연속성을 체득한다. 시간에 관한 유사 활용법과 특정 주기를 공유한 공동체는 일상과 다른 리듬에 반응하며 현재를 응시한다.


이 세대를 일컫는 다른 명칭은 바로 ‘카오스’이다. 불규칙성(혼돈) 속에 일정한 규칙-질서가 내재하여 있음을 보여주는 카오스는 이론은 예측하기 어려운 현상에서부터 동일성(혹은 자기 유사성 self-similarity)를 찾아내려고 한다는 점에서 사물을 구성의 합으로 보는 환원론이 아닌, 전체로 이해하는 전일론적 세계관과 닿아있다. 이는 더글라스가 이 책의 서문을 ‘카오스의 아이들 The children of Chaos’라 명시한 것과도 일맥 하다.


동명의 쇼케이스 《Playing the Future》에서는 스크린에이저의 다음 세대인 1980~90년대생 창작자들이 인지한 현재 혹은 근미래에 관한 플레이를 다루고자 했다. 플레이에는 4가지 요소가 있다. 플레이어, 매체, 규칙, 그리고 변용과 해석이 그것이다. 여기서 플레이어란 수행하는 주체와 객체이면서 동시에 플레이의 세계 그 자체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를테면 플레이어인 ‘나’는 플레이어인 ‘너’와 세계를 이루는 동시에 서로 다른 세계로 구별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현실과 가상의 ‘장치’와 ‘툴’은 매체로서, 또한 환경으로서 기능한다. 기술의 변주는, 따라서 또 다른 환경을 제공하며 동시에 소멸과 함께한다. 미디어의 상호작용성에 관해 자신만의 해석으로 실험을 이어온 총 8팀의 창작자들은 능동적 플레이어로서 한국의 디지털 사회(상), 디지털 세계에서의 자아, 기술 ‘장치’에 대한 고찰, 2020년대를 앞둔 새로운 표현 매체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근과거와 미래를 현재로 소환한다. 기술의 눈, 가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발현된 자아, 기술의 죽음과 연속이 이끄는 문화, 인간과 비인간, 자동화 기술 같은 단어가 보여주는 풍경들이 그것이다.


과거 2020년은 미래 기술의 총체로서 그려졌다. “우리는 어떤 자아를 가지고, 어떤 시간을, 어떤 사회에서 보냈는가.” 이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에 관한 위치를 되짚게 한다. 2019년의 끝에서 현재에 맞닿은 과거와 미래의 풍경은 어떻게 번역되어 그려지고 되고 있는지, 함께 “플레이”해 볼 수 있길 바란다.


안성은(성북구립미술관 학예연구사)

참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