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시헌

차시헌의 작업은 입체 형상의 ‘임의 호출’과 ‘재생 가능성’에 대한 해법을 탐구하는 데서 시작한다. 임의 호출은 입체 형상을 불러내기 위한 공간적, 시간적 조건에 대한 문제이며, 재생 가능성은 말 그대로 되돌려질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이다. 차시헌은 이에 대한 실마리를 일상생활의 기술 속에서 찾는다. 최근 IoT와 같은 기술적 발전으로 생활 기기(매개물)를 통한 콘텐츠로의 접근성이 광범위해졌다. 이는 기존의 장치에 새로운 기술을 추가하여 용도를 확장한 것인데, 이와 반대로 차시헌은 생활기기에 이미 내재해 있는 어떤 가능성을 발견해내고자 한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차시헌은 기술을 적극 활용, 조합하여 임의의 시간과 공간에 구체적인 형상을 호출할 수 있는 장치를 연구한다.

소장용 입체 리콜을 위한 연구(2019)

<모래성을 위한 기구> / <비누방울 배기장치> 

차시헌은 프로젝트에 앞서 다음과 같은 11가지 조건을 세웠다. 


1. 언제든 꺼내 볼 수 있을 것 

2.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을 것 

3. 만질 수 있을 것 

4. 그다지 무겁지 않아야 할 것 

5. 갱신될 수 있을 것 

6. 유지 관리가 필요 없을 것 

7. 본체가 없을 것 

8. 공구가 아닐 것 

9. 프린터(인쇄 장치)가 아닐 것 

10. 제거/해체될 수 있을 것 

11. 선명할 것


<모래성을 위한 기구>와 <비눗방울 배기장치>는 위의 11가지 조건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모래성을 위한 기구>는 거리에서 모은 먼지나 흙을 바탕으로 모래성의 형상을 불러오는 장치이고, <비눗방울 배기장치> 배기구에서 배출되는 기체들을 활용하여 비눗방울을 뿜어내는 장치이다. 이러한 차시헌의 연구는 생활 속 기술에 내재한 입체적 형상의 제작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 주변이 얼마나 많은 기술로 둘러싸여 있는지를 조명하기 위함과 동시에 유비쿼터스의 공간이 이미 도래해있음을 상기시키기 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