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이

김혜이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방송영상과에서 다큐멘터리를 공부하고 만들었다. 말하기보다 듣기를 좋아하고, 듣고 싶어서 작업한다.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담으며 외부에서 오는 질문에 답하는 방식의 작업을 주로 해왔다. 현재는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로 작업 영역을 확장시켜가는 중이다. 이야기와 이미지의 관계, 현실세계에서 카메라를 통과해 만들어진 이미지와 프로그래밍 언어를 통해 가상에서 생성되는 이미지의 괴리와 상호작용에 대해 고민한다.

이야기의 얼굴들

 ‘이야기의 얼굴’은 얼굴을 드러내는 것이 두려워 말하기를 주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꺼내려는 시도이며, 인터랙션 시스템을 통해 그들의 감정 상태가 반영된 이야기의 초상을 그려보려는 실험이다. 인터뷰를 나누는 동안 화자에게 나타나는 동공의 떨림, 상반신의 움직임, 심박 수와 피부 전도도 등 센서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들은 실시간으로 시각화된다. 40분 분량의 영상은 인터랙션 이미지의 생성 방법이 담긴 메이킹 영상과 조현병 환자 세 명의 인터뷰로 구성되며, 두 개의 화면으로 나뉘어 한쪽에서는 화자가 직접 고르고 촬영한 이미지를, 다른 한쪽에서는 화자의 상태에 따라 변화하는 인터랙션 이미지를 보여준다. [본인이 직접 촬영한 이미지]-[목소리]-[신체 신호가 생성해내는 인터랙션 이미지]가 만들어내는 구조는 화자의 얼굴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그의 존재를 증명한다.

김혜이, 이야기의 얼굴, single channel video, 40min, 2018

초기 작업 계획

작업에 있어 카메라가 가진 한계와 권력은 가장 큰 고민이다. 이번 창작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카메라를 넘어서는, 카메라가 없는 작업을 시도해 보고자 했다. 이는 그동안 다루어왔던 도구와 매체를 확장하는 것임과 동시에 사회적 약자라는 존재를 어떻게 윤리적으로 재현하여 시각적 공론의 장에 놓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그 방법으로 신체 신호를 받아들일 수 있는 여러 가지 센서들을 아두이노arduino에 연결하고, 입력된 값을 프로세싱processing을 통해 시각화해 보고자 하는 계획을 세웠다.

작업 과정

1. 인터랙션 시스템 구축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나타나는 신체의 변화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러 가지 센서를 테스트해 보는 것이 첫 번째 할 일이었다. 가장 안정적이고 신뢰도가 높은 조합을 찾아내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렸으며, 시각화 컨셉을 ‘심해’로 설정하고 코드를 구현해 나갔다. 최종 선택한 센서들을 통해 수집된 각각의 데이터를 어떤 시각적 요소에 연결할지를 결정했다. 
2. 인터뷰 진행 완성된 코드와 장비들을 가지고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현장에는 나와 인터뷰이(화자), 개발자와 녹음을 위한 스태프까지 총 네 명이 필요했다. 인터뷰이들과는 돈독한 관계였고 인터뷰 과정에 대한 설명도 충분히 한 후라 안정적이고 편안한 상태에서 인터뷰가 이루어졌다. 네 번에 걸쳐 총 열두 명을 인터뷰했다. 
3. 상영을 위한 편집상영에 적합한 세 명의 인터뷰를 각각 10분 내외로 편집하고 메이킹 영상까지 더해 총 40분의 상영본이 완성되었다. 편집 과정에서 자막과 음악의 사용 여부, 인터뷰이의 말과 침묵에 대한 편집 등의 요소가 처음 기획 의도와 부딪혀 고민이 많았다.  

이야기의 얼굴, Eye Tracker,동공 좌표 테스트

이야기의 얼굴, Kinect 인체 골격, 깊이 테스트

이야기의 얼굴, GSR Sensor 피부전도도, BPM Sensor 심박수 테스트

김혜이, 이야기의 얼굴, 시각화 컨셉, 2018

 김혜이, 이야기의 얼굴, 인터뷰 세팅 에스키스, 2018

에필로그

우선 여러 전공의 다양한 작업을 하는 작가들을 만날 수 있어 기뻤다. 작업 초기에 다양한 센서들을 구입해서 여러 번 테스트를 진행하며 데이터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였다. 하지만 사용했던 센서나 하드웨어들이 고가의 전문 장비가 아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오차나 오류는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 사실을 감수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갔어야 했는데, 기술적인 것에 너무 매몰되어 작업의 전체적인 방향을 점검하고 내실을 다질 시간이 부족했던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주어진 상황과 제작비에 따른 한계를 고려해 작업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융합예술센터 창작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상영 콘텐츠와 전시 콘텐츠는 전달 방식에서 어떤 차이점이 있어야 하는지 배울 수 있었다. 특히 관객들이 인터랙션 설치 작업을 어떻게 관람하는가에 대한 관찰은 큰 경험이었다. 이는 융합예술센터 창작 지원 프로그램 결과보고전 후 열린 개인전(전시 콘텐츠)을 준비하는 데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현재는 영화제 출품을 위해 상영이 가능한 콘텐츠로 편집을 하고 있다. 앞으로도 얼굴과 신체를 드러내지 않는다는 컨셉 아래 다양한 대상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또한 기술적으로 프로세싱으로 만든 코드를 유니티3D로 옮겨 2D에서 3D로의 차원전환을 하여 확장된 인터랙션 방식을 시도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