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다은

주다은은 주로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고, 만져지지 않지만, 그것으로부터 파생되는 소리와 형상을 통해 실재하는 것과 실재하지 않는 것의 모호한 경계에서 확장되는 시공간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과학-예술-기술의 영역을 경험한 개인적 배경을 바탕으로 퍼포먼스, 사운드, 영상과 같이 주로 시간 기반의 작업을 하고 있다. 제19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에서 <가끔 기록이 최선이 되는 일들이 존재한다>(2019) 작품으로 관객 구애상을 수상하였고, 서울시에서 주최한 《글로벌위크》 (서울, 2020)를 비롯한 여러 단체전에 참가한 바 있다.

<마콘도(Macondo)>

작품의 제목인 <마콘도(Macondo)>는 콜롬비아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Gabriel García Márquez)의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백 년 동안의 고독(Cien Años de Soledad)>(1967)에서 배경으로 등장하는 가상의 마을로, 서구에 의해 지배되었던 중남미 대륙의 역사가 소설로 응집 및 승화되어 있는 상상의 공간이다. 이번 작품 <마콘도>의 VR 영상 배경은 과거 누군가가 고문을 받았던 중앙정보부의 역할을 수행한 건물이자, 현재 학생들의 생활공간인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건물의 공간 데이터를 활용해 생성한 가상의 장소이다. 이 건물의 소리를 배경으로, 영상에서는 이문동 중앙정보부 분실을 비롯해 안기부 시대 국가 권력에 의해 고문받은 이들의 진술과 인터뷰를 각색한 목소리와 소설 <백 년 동안의 고독>의 마지막 부분을 읊조리는 속삭임이 울려 퍼진다.

“현실의 공간에서 과거의 장소가 머물렀던 시간은 온전히 사라지기보다는 지질의 지층처럼 겹겹이 쌓여가는 적-층의 형태를 띠고, 그곳에서 억압의 역사는 아름답게도 허구의 시공간을 새롭게 확장시킨다.”

VR영상, 2채널 사운드, 컴퓨터, HTC VIVE, 프로젝터, 가변설치 9분 40초2채널 공간 사운드 5분 27초(루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