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유

박선유는 클래식 작곡과 음악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연출, 작곡, 예술교육 분야에서 활동 중이다. 전통적 개념의 악기 및 컴퓨터를 위한 음악, 실험 영상, 다원 예술공연, 인터랙티브 인스톨레이션 등 다양한 형태의 작품을 만들고 있으며, 청각뿐 아니라, 시각이나 촉각과 같이, 음악 장르의 범주 밖이라고 여겨지는 감각들에 음악 어법을 적용하여 장르 간의 조화로운 융합 지점을 찾는 실험을 계속해오고 있다. 《서울국제컴퓨터음악제 2019》, 《Internationales Digitalkunst Festival 2019》, 《UNSTUMM》(2018), 《VR/AR 융합컨텐츠展》(2016) 등에서 작품을 선보였으며, 2018년부터 ‘나의 낯선 몸’을 주제로 하는 <LOOK> 시리즈를 다양한 변주를 통해 발표하고 있다.

<LOOK_차원의 눈>

“가진 것이라곤 몸뚱이 하나뿐인 줄 알고 살아왔는데 이게 웬걸. 이 몸뚱이 또한 나의 것이 아닐지도.”

<LOOK_차원의 눈>은 음악·영상·무용·테크놀로지를 결합한 융합예술 공연으로, 신체를 가진 우리가 모두 언젠가 한 번은 마주하게 되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나의) 낯선 몸’에 관한 이야기이다. ‘생각하는’ 내가 ‘물성을 가진’ 나의 몸을 통제할 수 없는, 그러나 삶을 지속하는 한 서로 분리될 수도 없는, 둘의 특수한 관계에 대한 ‘자각’이, ‘각성’과 ‘관찰’의 시간을 지나, 낯선 몸과의 공존을 위한 유쾌하고도 기괴한 ‘상상’으로 이어진다. 박선유는 이 작품을 통해, 당연히 내 것으로 생각하는 것들, 그래서 너무 익숙하고, 그것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우리들의 믿음에 질문을 던져보고, 새롭게 다시 한번 그것들을 바라보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

작품의 주제가 ‘몸을 낯설게 보기’인 만큼, ‘몸’ 자체를 직접적으로 사용하는 무용, ‘몸을 본다.’는 표현을 위해 영상, ‘몸을 듣는다.’는 표현을 위해 음악의 세 장르를 선택했다. 이 세 장르를 ‘총렬주의 작법’으로 엮음으로써, 장르 간의 단순한 더하기를 벗어나, 새로운 융합의 지점을 발견하고자 했다. 즉, 마치 총렬 음악*을 작곡하듯이 각 장르의 모든 구성 요소들을 세분화하고, 총렬화해서, 동위 선상에 놓은 후, 정해진 법칙에 따라 배치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한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중요한 맥락이다.


*총렬주의(total serialism)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등장한 작곡 기법으로 음고, 음가, 강약, 다이내믹, 음색 등 모든 음악요소들을 열지어 사용하는 기법이다.
2020.11.14 공연실황영상(34분), 미아리고개예술극장연출, 음악, 영상: 박선유 / 안무: 박수영 / 퍼포먼스: 김단해, 박수영, 성민지 /조명: 정유석 / 무대: 홍자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