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게임-미디어아트 | 유원준

이 강연에서는 예술과 게임의 연관성에서 시작하여 게임의 개념과 형식을 넘어서는 게임의 예술적 가능성을 살펴보았다. 예술의 대상이었던 기계가 주체화되어가고 예술의 주체였던 인간이 기계화·인공화되며, 예술은 본래의 기능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회적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게임 또한, 우리의 지각을 확장해주는 매체로 기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오늘날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예술 작품이 지니는 게임적 속성은 새로운 예술의 문법이 될 수 있을까?본 강연에서는 예술과 게임의 연관성으로부터 시작하여, 게임의 개념과 형식을 넘어서는 게임의 예술적 가능성에 대해 살펴보았다. 더 나아가 알고리즘으로 생성된 예술작품의 게임적 가능성에 대해 함께 알아보았다.
게임의 '바깥'은 가능한가? 이는 게임적 개념과 형식의 바깥은 가능한가? 라는 질문과도 상통한다. 즉, 게임이라는 형식을 넘어 그 장르를 확장시킬 수 있는 실험적 시도가 가능한지에 대해 묻고 있는 것이다. 본 강연에서는 이에 대한 답을 '예술'에서 찾을 수 있다고 바라본다.
뒤샹(Marcel Duchamp)으로 인해 현대 예술은 그 장르와 개념이 파괴되었다. 예술은 이와 같은 개념 전복의 가능성을 기술의 바깥, 매체의 비매개성, 알고리즘의 오류에서 발견하였다. 즉, 현대 예술은 기술-기계-알고리즘을 이용한  창작자(주체)의 전복을 꾀한 것이다. 
과거와는 다르게 우리는 ‘미술’로 정의되는 아름다운 기술뿐만 아니라, 놀라움-흥미로움-슬픔-떨림 등등의 다양한 감각에서도, 또한 그러한 감각을 유발하는 기술들에도 예술이라는 명칭을 부여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우리는 '알고리즘'을 통해 예술이 창작자의 대상으로서 존재한 것에서 벗어나, 스스로가 주체로서 기능할 수 있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Henri Rousseau, <Sleeping Gypsy>, 1897

Charles Csuri, 앙리 루소의 ‘잠자는 집시’의 알고리즘 버젼

알고리즘은 예술을 창작하는 기계장치들을 만들어냈다. 주로 컴퓨터에서 사용되던 알고리즘을 몇몇 예술가/수학자들이 예술에 적용하면서 새로운 컴퓨터 예술로서 자리 잡게 되었다. 이러한 기계장치들은 과거의 예술을 재매개하거나, 알고리즘의 원리를 가지고 새로운 예술 작품을 직접 창조하기에 이르렀다.  즉 오늘날의 예술 창작자는 인간에서 기계가 된 것이다. 인간이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예술을 창작해냈다면, 이제 기계장치가 스스로 예술을 판단하고 창작한다.  

딥러닝을 이용해 AI에게 고흐의 작품을 모사하도록 훈련시킨

구글 딥 드림(Deep Dream)

마이크로소프트와 네덜란드 연구진이 AI에게 렘브란트의 회화를 딥러닝 기법을 통해 학습시킨 후 작품을 창작한 

더 넥스트 렘브란트(The Next Rembrandt)

그렇다면 현대 게임에서는 기술-기계-알고리즘을 이용하여 어떠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을까? 게임에서의 예술, 게임에서의 기술, 알고리즘, 인공지능은 어떠한가? 예술에서는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기계가 창작 행위를 한다는 행위와 시도 자체가 기존의 숭고한 '예술'에 반하는 것이었다. 즉 앞서 설명한 것처럼 예술은 기술-기계-알고리즘을 이용하여 주체의 전복을 꾀하였다면, 이미 알고리즘과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제작되는 오늘날 게임들의 개념과 형식, 그 '바깥'을 찾는 시도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예술의 대상이었던 기계가, 주체화되어가고 예술의 주체였던 인간이 기계화, 인공화되어가고 있다. 이를 통해 예술은 본래의 기능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회적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게임 또한 우리의 지각을 확장해주는 가능성을 지닌 매체로 기능한다. 우리는 게임을 통해 혼성적 주체로서 새로운 삶을 경험할 수 있으며,  또 다른 가상적 주체로서 진화해갈 수 있다. 이 때문에 앞으로 이러한 게임이 어떤 식으로 자신의 형식과 개념을 넘어서는 활동을 통해 게임의 기능을 변화시키고 다양한 관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 고찰해나가야 할 것이다. 
알고리즘 아트 : 규칙으로 생성된 예술. 아름다울 수 있을까?참고: http://aliceon.tistory.com/1674 [국내 최초 미디어아트 채널 :: 앨리스온] 
유원준(앨리스온 편집장) 유원준은 홍익대학교 예술학과 대학원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으며 미디어 아트 에이전시 더미디엄(THE MEDIUM)의 대표이자 미디어 문화예술 채널 앨리스온(ALICEON)의 디렉터이다. 현재는 2018년도 광주미디어아트페스티벌 예술감독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주요 관심 분야는 현대 예술과 뉴미디어 아트, 게임 아트와 함께 새로운 기술 미디어를 통한 인간의 경험과 지각의 확장에 관심이 있다. 저서로는 『게임과 문화연구』(2008), 『뉴미디어아트와 게임 예술』(2013)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