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동

아르동은 텍스트에서 시작해 다양한 기술과 매체를 거쳐 현실을 재구축하려는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단편 소설에서 시작해 사운드, 그래픽, 비디오, 퍼포먼스를 결합한 1인 프로덕션 작업 그리고 작품과의 인터랙션을 위해 게임의 형식으로 이어지는 작업은 장르와 형식에 대한 실험이자 현실에 놓일 작업이 얼마나 유효할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이다.

 아르동, Too Much Play, mixed media, game, single channel video , 2018 

Too Much Play

‘Too Much Play’는 게임적 요소가 적용된 각기 다른 장르의 세 작품으로 구성되어있다. 모두 오픈 월드 성향이 강해 플레이어에게 비선형 스토리와 높은 자유도를 선사한다. ‘Idiot Map’은 개인 모바일 디바이스를 사용하여 플레이어가 자신의 아바타를 조작하며 전시 공간(스페이스 캔)을 탐험하는 게임이다. ‘기계식 소설’은 제시된 텍스트를 타이핑하면서 시작된다. 관객이 입력하는 키 조합에 따라 화면의 텍스트와 그래픽, 사운드가 변화하고 마지막에 플레이어는 자신이 쓴 짧은 텍스트와 그로 인한 시청각적 결과를 보게 된다. 건물 옥상을 무대로 진행되는 영상 ‘옥외광고문의’는 대형 건물 옥상에 설치된 광고 문의 간판과 그것을 지나쳐간 텍스트들을 상상해 증강 현실로 구현한 이야기이다.

초기 작업 계획

작업을 시작할 때 가지고 있었던 키워드는 이야기와 인터랙션이었다. 사전에 기획되었던 프로젝트 ‘출몰’(텍스트 게임, 8bit 게임, 오디오 비주얼 공연이 6주 동안 연재되는 프로젝트)에서, 무대 위에서 사용되는 테크놀로지와 상호작용하며 공연을 만들어가는 방식을 시도했었는데 그 연장 선상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었다. 최종 결과물을 공연 혹은 전시의 형태로 발표해야 했기에 나와 관람객이 작품과 인터랙션 할 방법을 찾다가 게임이라는 매체를 이용하기로 했다. 프로젝트의 제목 ‘Too Much Play’는 시대적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TMI(Too Much Information. 너무 과도한 정보)의 패러디다. 누구나 매일 무수한 클릭과 터치로 수많은 콘텐츠를 플레이하고 있다. 작가들이 작업을 통해 작품을 만들고 관객이 작업을 받아들이는 방식에도 비슷한 경향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것을 이번 작업에 투영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지나친 플레이로 접근할 수 있는 각기 다른 세 게임을 지나친 작업을 통해 만들어봤다. ‘Too Much Play’를 구성하는 세 작품은 모두 게임적인 요소를 지녔지만, 다음 두 가지 요소에 변화를 주며 작업을 진행했다. 
1) 플레이어가 누구인가? 관객 혹은 작가 

  2) 플레이어가 게임을 플레이하는 도구는 무엇인가? 모바일 디바이스, 키보드 입력, AR 카메라

작업 과정

본격적인 개발 첫 단계로 최종 발표가 이루어지는 스페이스 캔을 게임의 배경으로 구현했다. ‘Too Much Play’를 구성하는 세 작품(Idiot Map, 기계식 소설, 옥외광고문의) 중 ‘Idiot Map’과 ‘기계식 소설’의 경우 비선형적 스토리와 자유로운 이동을 특징으로 하는 오픈 월드 게임으로 만들고자 했다. 관객과 작품의 인터랙션에 대한 고민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방식이 작품에 반영되어 관객 개인마다 다른 관람 체험을 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관객마다 게임 매체에 대한 이해와 게임을 능동적으로 플레이하는 정도가 다르므로, 개발을 진행할수록 게임의 레이어는 단순해지고 자유도는 줄어들게 됐다. 단순히 관객들이 전시장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데에서 나아가, 직접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새로운 게임의 규칙을 파악하게 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만약 초기 작업 계획 단계로 돌아간다면 고전 게임처럼 누구나 익숙한 게임을 패러디하는 방식으로, 관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임을 이용해 작업을 진행해도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각 게임의 특징에 맞게 2D 혹은 3D로 공간을 모델링하고 AR의 경우 건물 옥상의 크기와 빛 밝기를 비롯한 주변 환경을 고려해서 작업을 진행했으며, 최종 결과물로 발표한 게임들은 다음과 같다.

1. Idiot Map

 ‘Idiot Map’은 관객이 QR 코드를 통해 웹사이트로 접근하여 자신의 모바일 디바이스로 플레이하는 게임이다. 관객은 자신의 캐릭터를 조작하며 전시 공간인 스페이스 캔을 탐험하는데, 실제로 전시를 관람하는 동시에, 전시장 지도 위에서 게임이 주는 과제를 수행할 수 있도록 게임을 기획했다. 8bit 스타일 개발 도구인 Pico-8으로 개발한 이 게임은 전시 공간의 1층과 2층, 옥상 그리고 계단을 2D 평면으로 옮긴 뒤, 전시 참여 작가들의 작업이 있는 곳이나 전시 기간 내 이벤트가 일어나는 곳에 보물 상자 모양의 오브제를 두었다. 관객이 조작하는 캐릭터는 이 상자들에 닿아 상자를 여는 인터랙션을 할 수 있는데, 전시장의 오브제와 인터랙션 할수록 피로도가 증가해 10이 되면 게임이 끝난다.

아르동, Idiot Map, 8bit game, 2018

2. 기계식 소설

‘기계식 소설’은 타이핑에 대한 메타포를 다룬 게임이다. 키보드의 키로 입력되는 무수한 텍스트들의 이면을 그려보기 위해서 기계식 키보드의 내부를 Unity 3D로 구현했다. 사실적인 3D 모델링으로 현실을 재현하고, 이것을 바탕으로 초현실적인 표현까지 가능한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이에 따라 키캡, 스프링, 입력 스위치로 이루어지는 기계식 키보드의 키 모델을 만들고, 키 캡이 눌려 스프링이 압축되고 입력 스위치가 움직이는 짧은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2단계의 레이어로 구성된 이 게임은 인트로 화면에서 SPACE + 8 커맨드를 통해 1단계로 진입할 수 있다. SPACE + 8이라는 생소한 커맨드를 쓴 이유는 키보드의 여러 키를 눌러보게끔 유도하려 했기 때문이다. 게임 시작 시 60초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어 0초가 되면 게임은 종료된다. 1단계에서 키보드 입력키(anykey 커맨드)에 따라 텍스트와 애니메이션, 사운드 효과를 경험하며 조작을 시도해본다. 2단계 ‘키보드의 세계’를 1인칭 시점으로 탐험(W(↑) A(←) S(→) D(↓) 커맨드)할 수 있도록 게임의 레벨을 디자인했다. 플레이어(관객)를 ‘키보드의 세계’로 이끌기 위해서, 키보드 각각의 키와 게임 속 키보드 키 오브제들을 1대1로 맵핑했다. 플레이어가 하나의 키를 누르면 그에 해당하는 오브제의 애니메이션 효과와 사운드 효과가 실행되는 것이다. 따라서 플레이어가 입력하는 키 조합에 따라 화면의 그래픽, 사운드가 변화하게 된다.

아르동, 기계식 소설, game, 2018

기계식 소설, 기계식 키보드의 청축 

기계식 소설, 인게임에서 키보드의 모습

기계식 소설, 키보드 키 오브젝트를 변형하여 만든 

‘키보드의 세계’ 속 오브젝트

기계식 소설, 인게임에서 오브젝트의 모습

 기계식 소설, 전시공간인 스페이스캔(2층과 테라스)과 ‘키보드의 세계’의 연결 부분. 실제로 플레이어는 스페이스캔 2층에서 [기계식 소설]을 플레이하는데 이곳에서 게임 2단계가 시작된다. 

기계식 소설, 인게임에서 오브젝트의 모습

3. 옥외광고문의

전시 공간 옥상을 무대로 진행되는 AR 영상 ‘옥외광고문의’는 대형 건물 옥상에 설치된 광고문의 간판과 그것을 지나쳐간 텍스트들을 상상하고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로 구현한 짧은 이야기이다. Unity 3D로 모델링 된 각각의 텍스트 오브제를 이야기 순서대로 AR 공간에 배치시키고 모바일 디바이스 카메라의 동선에 따라 오브제가 나타나도록 만들었다. 이 작업은 다른 작업과 다르게 작가가 플레이어가 되어 AR 카메라를 조작하면서 사전에 진행한 게임 녹화 영상을 설치해 관객들이 관람하게 했다.

아르동, 옥외광고문의, AR, single channel video, 2018

옥외광고문의, 오브제를 이야기 순서대로 모델링했다.

옥외광고문의, 전시 공간 환경에 맞게 맵핑된 오브제들

옥외광고문의, AR 어플리케이션으로 실행하는 모습 

옥외광고문의, 옥외광고문의 플레이 화면

에필로그

프로젝트 ‘Too Much Play’는 다원분야 예술창작지원을 받아 진행했던 프로젝트 ‘출몰’과 마찬가지로, 현실의 확장이라는 테마 아래 다양한 기술을 작업에 적용하려 했다. 게임 프로그래밍과 3D 모델링, AR 모두 사용한 지 1년이 채 안 되는 기술이었지만, 작업하는 동안 검색에서부터 기술 습득까지 경험하는 일련의 과정을 몇 번 겪어보게 됐다. 이를 통해 새로운 기술을 이해하고 간단히 활용해보는 데 익숙해졌고 나만의 루틴이 생긴 것 같다.하지만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있어 어떤 기술을 사용해야겠다는 기획이 우선이었기에, 작품의 내용을 깊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다. 작업 마감이 다가올수록 기술 구현에 매몰되어, 표현 방법(기술)이 작품의 내용을 적절하게 보여주고 있는지 점검하는 게 쉽지 않았다. 이점에 계속 아쉬움을 느꼈기에 향후 작업에서는 특정기술에 얽매이지 않고 충분하게 작품의 내용을 기획하는 과정을 무엇보다 먼저 가지려고 한다. 또한 빠르게 발전되고 있는 기술에 발맞추기 위해 프로그래밍과 모델링을 지속해서 공부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