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닉에서 스크린까지, 

건강과 행복을 구하는 방법들

『클리닉에서 스크린까지, 건강과 행복을 구하는 방법들』은 지식 창출의 새로운 장에 유의미한 방법론으로서 “예술”을 위치시키려는 시도 중 하나이며, 한국예술종합학교 융합예술센터 주최, 복합문화예술공간을 표방하는 플랫폼-엘과 협력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아티스트이자, 한국예술종합학교 융합예술센터 연구원이었던 이세옥의 문제 의식 및 연구 내용을 공유하는 토대 위에 각 분야 전문가들을 초청하여, 교육 프로그램의 형식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이세옥(예술가, 한국예술종합학교 융합예술센터 연구원)

이 프로젝트가 어떤 질문들을 기반으로 기획되었는지, 다양한 자료들을 점검하며, 전반적인 개요를 함께 구성해 보았다. 이 주제의 구체적 출발 지점은 개개인의 일상 영역에 상정되어 있는 ‘치유와 위로를 필요로 하지 않는 청춘의 이미지들’이다. 어쩌면 ‘그 이미지에서 벗어난 사례들’이다. 건강하거나 건강하지 않은 청춘의 이미지들 한가운데에서, 혹은 그러한 이미지들에 대하여, ‘정확하게’ 말하려는 다양한 미디어 텍스트들 생산이 이 프로젝트가 설정한 소실점이다. 거리낌 없이 건강과 행복을 말하고 구하며, 동시에 고통, 아픔, 노화를 말하고 듣는 실천을 배제하지 않는다. 사실들에 대한 정교한 이해와 그 사실들 너머에 대한 상상력, 그리고 유머가 필요하다.

권준수(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자연과학대학 뇌인지과학과 교수)

“우울” “적응” “성격”과 같은 일상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가 DSM(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에 분류 기준표상에서 “질환”으로 진단되고 관리대상으로 언급될 때의 의학적 진단(medical prudence)에 대해 면밀하게 이해해 보려고 한다. 한편, 조현병 및 정신증 고위험군에 대해 의학적 진단을 내릴 때, 근거가 되는 의학적 사실들을 뇌영상학적 방법(MRI, PET), 뇌의 전기생리학적 변화, 신경심리검사(neuropsychological test), 인지기능의 모델들, 정상인과의 차이를 평가하기 위한 임상척도(PANSS, YMS, TCI 등)를 통해 알아보았다.

김남시(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학교 교수)

『광기, 예술, 글쓰기(2016)』을 바탕으로, 예술가 개인의 ‘광기’라는 정신적 상태가 도출한 텍스트들을 살펴본다. 바슬라트 나진스키, 다니엘 파울 슈레버 등의 글쓰기 등이 구체적 사례이다. “1800년대 말에서, 1900년대 초, 유래가 없을 정도의 급격한 변혁기”의 기술적 발명들의 맥락하에서, 작성된 막스 노르다우의 광기에 대한 근대적 인식을 분석한 내용이 강의의 출발점 혹은 밑그림이다. 관련지어, 시각 이미지와 언어에서의 차이점을 전제로, 함께 토론하면 좋을 법한 질문들을, 다른 예술가들의 텍스트 및 조형 작품들을 탐색해 보았다.

임옥희(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컬리지 교수)

작품을 감상하고 분석하고, 심지어 쓰고 만들 때, 사용하는 언어가 ‘누구의 언어’인가라는 관점에서 세미나 참석자들이 본인의 프로젝트들을 점검해 볼 수 있는 자리가 된다. 『젠더, 감정, 정치(2016)』에서 지적하듯이, 엘프리데 옐리네크는 남성적 언어에 의해 점유된 장르에 대한 인식을 절감하며, 여성 포르노 작성의 실패에 대한 고백을 한다. 치유에 목적을 두지 않는 헤르타 뮐러의 텍스트들, 쿳시의 작품에서 지배적 서사 곁의 서사를 읽는 행위로서의 정치적 행위, 더불어, 가야트리 스피박의 An Aesthetic Education in the Era of Globalization(2013) 등을 경유하는 사유 훈련을 제안해 보았다.

윤정원(녹색병원 산부인과 전문의, 건강과대안 연구위원)

현재 한국에서 여성의 몸에 대한 의학적 진단을 구성하는 지식, 사실, 정책, 권력을 살펴본다. 푸코, 캐롤 타브리스, 사라 네들턴의 관점을 적용시키고, 조합하며, 성인지의학, 여성주의적 의료, 의료접근권이라는 개념을 통해 다시 여성의 신체를 바라보았다. 또한 의학기술의 발전에 의해 새롭게 제기되는 여성의 신체를 둘러싼 쟁점들에 대한 정확한 의학적 사실들을 점검해 보며, 생물학적 시민권 개념을 짚어본다. 구체적으로 집중해볼 사례들은, 낙태/피임, 자궁경부암 백신, BRCA유전자와 난소난관/유방절제술이다.

염유식(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건강과 행복에 대한 정의들에 어떻게 접근할 수 있으며, 육체적 건강과 사회연결망의 관계를 검토하고자 하는 것이 이 강연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8년째 매년 수행하고 있는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국제비교 연구 결과를 살펴보고 건강과 사회관계가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에 대한 논의를, 노년의 건강에 대한 강사 자신의 일련의 연구들을 바탕으로 살펴보게 된다. 특히 사회 연결망과 뇌 연결망 사이의 관계와 이에 따른 건강에 대한 함의는 매우 새로운 주제이다.

양현아(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국내외의 법여성학의 현황 및 국내 젠더법학회에서의 활동을 중심으로, ‘자기 결정권’에 대해 알아본다. 특히 여러 종류의 커뮤니케이션 상황에 놓인 여성의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신체에 대한 자기 결정권이 행사되는 메커니즘을 이해해 보았다. 호주제 폐지, 낙태의 권리, 개인 정보 관리, 등의 구체적인 사례에서 도출되었던, 혹은 현재에도 논쟁적인 법적 쟁점들을 정확히 알아보았다. 각각의 경우에서, 개인의 신체 혹은 존재 상황이 사회적 맥락 안에서 형성되고 훼손되는 지점들, 혹은 법의 구제로 복구되는 영역, 혹은 법의 언어로 누락되는 신체의 부분들을 인식해 보았다.

박경신(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온라인 환경이 구축되고 있는 정책적 맥락들, 그 안에 존재하는 법적 쟁점들을, ‘컨텐츠 제작자들’에게 부여된 제한, 한계, 책임, 윤리를 키워드로 살펴보았다. 인터넷 환경에서의 (표현, 배포, 수용 등에 있어) 제한과 한계에 대해, (기술/매체의 사용에 있어) 책임과 윤리에 대해, 원론적이며 다각적으로 논쟁해 볼 수 있는 쟁점들을 짚어 보았다. 『진실 유포죄(2012)』를 강연의 밑그림으로 삼아, 작년 메갈리안 이슈를 비롯,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활동에서 마주했던 젠더 이슈들을 살펴 보았다.
김용언(문학동네 엘릭시르, 미스테리아 편집장)로맨틱 코미디/스크루볼 코미디 (그리고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에서 다루어졌던 여성의 건강 이슈, 건강하지 않은 여성의 모습들을 둘러싼, 서사 전개 과정, 인물 간의 역학 관계 등을 사례를 통해 들여다 보았다. ‘비정상적’으로 설정된 여성 캐릭터를 시각적으로, 서사적으로 성립시키는 전략들을 분석해 보았다.

김지훈(중앙대학교 영화과 교수)

건강과 행복에 대한 과학적/의학적 이슈들을 다루는 시네마의 혹은 에세이필름의 언어에 대해 점검해 보았다. 가령, 가시적 증상이나 일상적 언어 표현으로 진단되기 어려운 정신건강을 다루는 정신건강의학과 배경의 의학 다큐멘터리, 특히 영상 미디어에서 여성의 건강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표현법을 찾아보거나 실험해보는 데에 참조할 만한 영상물들을 살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