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장장장

파장장장은 박소진(미술원), 최재형(미술원)으로 구성된 팀으로 도자, 유리, 철공과 같은 입체, 설치를 기반으로 작업하는 팀이다. 자연에서 모티프를 받아 그것을 재현하고 확장시키는 데 작업의 목표를 두고 있다. 자연에서 받는 영감 또는 감동이 어떠한 패턴, 원리, 유기적 구조의 움직임 등에서 오는 것임을 깨닫고 그 유동성과 변화의 가능성에 집중하고 있다. 작업의 모티브는 자연물에서 소리 또는 빛의 파장으로 확장 또는 축소된다. 파장을 더 감각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빛, 소리, 영상, 인터랙티브, 맵핑, 코딩 등의 다양한 기술들이 자연의 패턴이나 유기적 움직임 등을 표현하기에 적절함을 발견하여 자연에서 얻은 영감을 디지털로 옮기고, 아날로그 사물과의 결합을 통해 다시 물질세계에 투영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비물성적인 디지털 테크놀로지와 물성적으로 생산되는 조형 테크놀로지 사이의 연결점을 찾아 시너지를 일으키는 실험을 한다.

파장장장 

이전에는 유리, 흙, 철, 나무, 천, 종이 등의 재료를 이용해 자연을 나름의 방법으로 재현했다. 그러다가 조명, 모터, 영상 등이 작업에 포함되면서 이러한 기술들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이용해 전통적 조형 작업과 상생할 수 있는 작업을 기획했다. 도자 작업에 코딩을 이용해 제작한 영상을 맵핑하는 작업이나, 아두이노와 센서를 이용한 인터랙션 작업이다. 사용자와의 거리에 따라 초음파 센서가 라이트와 모터로 하여금 다른 값을 불러오게 하고 싶었다. 값을 받은 모터는 조명을 움직여 유리의 굴곡과 상호작용한다. 기존에 작업하던 매체는 주로 유리나 철 등 전형적인 입체 조형 미술에서 사용되는 재료들이었는데, 이들을 미디어아트나 인터랙티브적인 면에서 활용 및 서로 접목할 가능성을 계속 느껴 왔다. 게다가 짧지만 1년 정도 알음알음 아두이노나 프로세싱 등 미디어 수업을 들어 오며 미디어 아트란 무엇인가에 대한 감을 잡아 오면서 작업에 끌어 들여올 기회를 엿보던 와중 융합예술센터 창작 지원 프로그램 공모전이라는 기회를 통해 본격적으로 작업에 접목시켜 보는 기회를 가졌다. 

작업 과정 

UNDERWATER GENERATOR는 매체적으로는 유리가 가마 안에서 상태 변화를 거치면서 생기는 작은 결함들에 관심을 가져 제작한 작업이다. 가마 작업을 하다 보면 어떤 이유에서라도 예기치 못한 결함들이 생긴다. 우리는 현실 세계에 살고 물질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이상과는 다른 예상치 못한 덴트(dent)들이 생기는데 이 자연스레 생겨난 결함들에 관심이 갔다. 이 덴트들을 하나하나 확대해 보면 흥미로운 모습들을 연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 실험에서 실행 해 본 부분은 관심 가지는 많은 조건 중에 흠집이다. 현실 세계에 사는 가장 재미있는 부분 중 하나는 바로 상상의 세계만큼 완벽한 상태의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건 완벽하지 않은 상태의 결과물이 나오는데, 이런 예상치 못한 흠들은 완벽하지 않은 상태라기보다 물성과 불안정한 조건의 현실 세계에서만이 나올 수 있는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한다.빛이 물질을 통과했을 때 맺히는 그림자와 통과되는 빛의 모습을 사용했다. 여기서 사용된 매체는 슬럼핑 된 유리다. 슬럼핑으로 인해 나오게 된 유리 속에 갇힌 기포들, 당시 가마 속 온도의 열기, 윤이 나는 부분과 하얗게 새어버린 부분들, 몰드에 새겨진 작은 금이 열기를 참지 못해 갈라져 나 버린 자국들을 보면서 당시를 담고 있다고 생각했다. 빛(라이트)은 아주 작은 간섭에도 영향을 받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예로 빛은 작은 전구의 캡에서도 간섭을 받아 캡이 투사된 형상이 맺힌다. 이렇게 예민한 빛을 내가 제작한 간섭들의 레이어에 통과시켜 보면 어떨까라고 생각했다. 이런 상황들이 담긴 얇은 판 유리 안의 세계를 극대화시켜 유영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작은 덴트들이 난 유리판에 빛을 이용해 확대 영사하는 실험을 했다. 물결 모양으로 제작한 이유는 모터가 180도 회전했을 때 각각 3개의 레이어가 겹쳐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레이어를 3개로 설정한 이유는 2개까지는 각각의 레이어가 명확히 보이지만 3개부터는 레이어를 구분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영사되는 이미지 또한 각자가 보는 위치나 조건에 따라 각각 다른 랜드 스케이프를 경험하게 하고 싶었다. 영사되는 이미지의 경우의 수는 모터가 가동 범위와 라이트의 색에 따라 이루 셀 수 없이 많다고 여겼고 이 이미지를 내가 임의로 하나를 결정하는 것은 불완전한 조건과 우연성의 의도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물론 모든 경우의 수를 재현할 수는 없지만 관람하는 모두가 각자의 경험을 가지고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각자의 경험’은 초음파 센서를 통하여 구현했다. 거리감지 센서를 통하여 센서와 관람자의 거리에 따라 각각 다른 색과 종류의 라이트가 켜지게 되고, 따라서 물질을 통과하여 보게 되는 풍경은 각각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파장장장(최재형), UNDERWATER GENERATOR 

Arduino, Glass, light, 140 x 90 x 40 cm, 2017

파장장장(최재형), Your Tidal Flat Experience 

tidal flat, glass, light, motor, 80 x 45 x 54 cm, 2017

Your Tidal Flat Experience는 갯벌의 본을 뜬 뒤 유리로 슬럼핑한 작업이다. 자연에서 갯벌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갯벌이 가지는 높낮이가 있고 곳곳에 생긴 작은 미생물들의 구멍들이 있다. 그리고 그 위로 바닷물이 굽이굽이 지난다. 이러한 높낮이, 요철, 물을 재현해 보기로 한다.상부는 상이 비치는 부분, 중간부는 갯벌의 높낮이, 하부는 갯벌의 미세한 구멍들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상부는 투명한 부분과 열에 의해 반투명해진 부분으로 나눠진다. 중간부는 갯벌의 높낮이가, 하부는 작은 미생물들이 남기고 간 구멍이 재현된다.그리고 물의 레이어. 이 레이어는 빛으로 재현하기로 한다. 바닥 부분에서 빛이 들어오면 우선 하부, 중간부를 지나 상부에 그림자가 맺힌다. 하부에서 이런 요철이 중반부의 유리가 슬럼핑될 때 생긴 기포들과 섞여 상부에 맺히는데 이 상부는 또 투명부와 반투명부로 나뉜다. 물의 레이어에 움직임을 주기로 한다. 바닥에 정회전하는 모터와 직선운동하는 모터가 있다. 이 모터 끝에는 라이트가 달려 있다. 정회전 하는 판 위에 직선운동 하는 모터를 올리면 정회전과 직선운동이 합쳐져서 최대한의 랜덤한 움직임을 줄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결과적으로 봤을 때 바닥에서 시작된 빛이 하부 중반부를 지나 2개의 다른 상을 가진 상부에 맺히는데 이 빛이 움직이므로 그림자가 움직이면서 마치 물이 흐르는 듯한 모습을 연출한다.
SEA SHAKER는 철망이 서로 겹쳐 움직이며 서로 겹쳐지거나 비게 되는 부분들이 모여 흐르는 패턴이 생성되는 작업이다.도자에 자연의 흐름을 맵핑하려던 계획을 세우고 구상하던 중, 의도적인 형태를 만들어 내는 것을 하고 싶지 않아져 구상하게 된 작업이다. 자연의 패턴과 구조의 유기적인 움직임을 어떻게 하면 최소한의 형태로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빛의 간섭 현상을 이용하여 움직이는 철망과 그것을 담는 프레임을 만들었다. 저속 모터를 이용하여 철망의 철선들이 서로 만나고 헤어지는 속도를 최소한으로 하고, 리미트 스위치를 이용해 위아래로 상하 운동을 하도록 하였다. 현상을 더욱 극대화 시키기 위해서 조명을 쓰는 대신, 철망 뒤로 바다의 영상을 맵핑하였다. 철망 사이의 빈 공간으로 영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면서 장치가 만들어내는 흐름과 바다의 흐름이 상호작용한다.같은 현상을 이용한 사운드도 함께 감상할 수 있는데, 비슷한 주파수의 음들이 서로 보강, 상쇄하면서 원래의 흐름과는 다른 흐름을 만들어낸다.

파장장장(박소진), SEA SHAKER

metal, mesh, motor, sound, video project(some flow of the sea), 110 x 210 x 30 cm, 2017

파장장장(박소진) WAVE SEEKER

acrylic, motor, steel, 45 x 45 x 30 cm, 2017

WAVE SEEKER는 아크릴 홈에 맺힌 빛의 선들이 상호 작용하며 새로운 패턴을 만들어내는 작업이다. 철망의 격자들이 만들어내는 흐름 외에 다른 흐름을 만들어 보고 싶어 이번에는 투명한 재료에 곡선의 빗금들을 그어 겹치고 빛이 맺히도록 하였다. 복잡한 패턴일수록 더 예상외의 흐름이 생성될 것이라는 상상과는 달리, 실제 실험 결과는 오히려 단순함이 우리 뇌에 입력될수록 다른 흐름이 생성되었다. 규칙적이지 않아 보이는 패턴을 겹치면 더욱 복잡한 패턴이 될 뿐이었다.다시 단순함으로 돌아가 서로 겹쳐져 돌아가는 원형 장치를 만들었다. 실패를 많이 했던 작업이다. 패턴의 도면화와 그것을 레이저컷팅하는 과정에서 오류를 많이 수정해야 했다. 선들의 간격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눈과 뇌의 인식에 대해 조금은 더 알게 되었다. 실제로 나온 작업에서도 조명의 각도나 그 순간 선들의 위치에 따라서 굉장히 달라 보이는 작업이다. 실물 그 자체에서 나오는 흐름보다 그로 인한 그림자를 바라보는 것이 새로 생성된 흐름이 더 잘 보이기도 한다. 섬세하게 다루어야 할 부분이 많은 만큼, 작은 수정으로 크게 달라질 가능성을 느끼고 있다.

에필로그

이번 창작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의도치 않게 자연의 형상을 구상하는 작업에서 많이 벗어나게 되었다. 그 대신 자연의 구조와 움직임, 표면의 디테일 등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보게 됐던 기회였다. 자연을 탐구하는 우리만의 방법을 찾아 나가고 있는 중이다. 파장장장이 집중하는 ‘자연’과 작업이 한 층 더 가까워졌다.당장은 휴식할 것이다. 자연에서 받은 영감을 작업을 통해 풀어 내려다 자연과 한 발짝 멀어지게 되었다. 다시 자연이 주는 여유와 감정에 퐁당 빠지러 떠날 것이다. 같이 떠났던 태국에서 돌아온 지 일 년이 다 되어 간다. 꼭 어디론가 가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신체적이든 정신적이든 잠시 일상의 목표를 내려놓는 것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