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세영

옥세영은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예술사를 졸업하고, 현재 영상원 애니메이션과 전문사에 재학 중이다. 애니메이션 기법을 기반으로 드로잉, 사진,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이용해 특정 사물이나 경험의 이면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상의 상황을 재료로 작업을 하고 있다. 관찰한 사물, 혹은 상황 등을 토대로 그것의 일상과 비일상의 사이 어딘가에 있는 움직임 자체를 탐구하거나, 사물의 속성을 사람의 삶에 비유해 이야기를 만들어왔다. 최근에는 영상을 영사하는 방식 자체를 다양화하여 하나의 매개가 되는 사건을 두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각기 다른 상황을 시공간적인 경험으로 확장할 수 있는 작업을 시도했다. 또한 상영과 전시의 간극 사이에서 미디어를 보여주는 방법론의 확장을 꾀하며 일상, 우연성, 이야기, 기억, 행위 등의 주제 의식이 관객과 관계 맺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Pop-up Research

이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관심사의 연장선상에서 사물의 순수한 조형성 내부에서 찾을 수 있는 형상이 애니메이션적인 프레임 변형과 만났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조형적 쾌감에 집중해보는 작업을 시도하고자 한다. 비물질적이거나 형상이 분명하지 않은 것들이 사람의 신체와 만나 우연적 순간이 기록되는 모습들에 주목했다. 그러한 고민에서 비롯된 소재 중 하나는 ‘휴지’이다.우리의 손이 티슈를 잡아 뽑을 때, 저마다 다른 형상이 나타난다. 나는 그 형상들이 사람의 무의식적인 행위와 물질성이 구체적이지 않은 티슈가 만나서 빚어내는 찰나의 소우주처럼 여겨졌다. 휴지의 우연적 조형성이 마치 각자의 삶을 부여받은 생명처럼 말이다. 이 형상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사라져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히고 마는가. 이것이 나의 화두였다.그래서 나는 스톱모션의 프레임 조작과 드로잉 애니메이션을 통해 이러한 이미지들이 하나씩 ‘자라나 다양한 형상을 획득하게 되는’ 순간들을 만들어보기로 한다. 이 전시에서 관객은 일상 사물과 자신의 삶 사이에서 발생하는 이면의 낯섦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이러한 사람과 비정형적인 소재가 맞닥뜨릴 때 발생하는 우연적 형상에 주목하고 그러한 저마다 다른 조형성을 갖가지 스톱모션 혹은 드로잉 기법을 사용한 애니메이션 영상과 관객의 행위에 반응하는 인터랙티브 미디어 작업, 이렇게 크게 두 가지 방법론을 사용한 작업을 구상하였다.

작업 과정 

1. 미용 티슈의 유래 리서치 1차 세계대전 때 유한킴벌리에서 거즈, 솜 등의 대용품으로 셀루 코튼을 만들었음. 그 이후 일회용 미용 티슈를 크리넥스로 출시했고, 호응이 없자 1926년 감기에 걸린 사람들이 코 닦는 손수건을 주머니에 넣는 것을 보고 ‘주머니에 감기를 넣고 다니지 마세요’라는 선전 문구를 내세웠다. 미용 티슈 대신 일회용 손수건으로 제품을 부각시킨 후, 판매량이 많아졌다. 1928년 팝업(Pop-up) 포장으로 바뀐다.1931 종이타월 만들어짐. 1932 최초의 휴대용 티슈가 만들어짐. 1949 안경 닦는 티슈가 만들어짐. 1955 냅킨이 출시됨. 1980 향기 나는 티슈 소프 티크(softique) 출시 1990 세 겹 휴지인 크리넥스 울트라가 만들어짐.
2. 작업의 방향성이번 작업에서 크게 두 가지 방식의 방법론으로 작업을 진행하며, 그 간극을 탐구해보려고 했다.1) 영화적 구성을 활용한 방법론 (single channel video)- 시간성을 가지며 이야기를 고조시키는, 관객이 일방적으로 작업을 시청해야 하는 작업.- 휴지라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게 구성된 드로잉 이미지를 나열,  고조되면서 영상 후반부에 휴지의 정체가 비로소 드러나며 관객에게  반전과 놀라움을 꾀한다. 2) 미디어 파사드를 활용한 방법론 (interactive media installation)- 영사된 이미지 자체가 관객과 교감하게 되는 작업.- 다채널로 벽에 커다란 휴지들의 드로잉이 영사되고 관객이 아이패드(혹은 그려진 드로잉들을 만지도록)에 있는 이미지들을 움직이면,  벽에 영사된 휴지들의 모습들이 그에 따라서 변화된다. 관객은 우연의 이미지들을 더듬어가게 된다.

옥세영 Pop-up Research 

single channel video 4min 

19sec 2017

옥세영 Pop-up Research 

interactive media installation

2min 37sec 2017

애니메이션 작업 

기존 전형적인 영화적 방법론을 따르게 될 것이다. 이야기가 고조되며, 시간성에 따라 영상을 보는 관객의 감정이 변화하게 된다. 영상의 초반에 이미지의 형상이나 이미지의 정체를 모호하게 보여주는 씬을 비교적 길게 배치하고, 이미지가 고조되면서 후반부에 휴지 형상이 드러나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휴지의 우연적 형상들이 낯설게 보이는 순간을 극대화하는 장치로서 시간성을 활용하는 것이다. 
1. 선/면의 드로잉 실험우연적인 형상을 선이나 색면이 프레임 변형을 통해 나타낼 것인지, 휴지 자체를 인위적으로 움직여 가며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방식으로 진행할 것인지에 대한 여러 가지 실험이 있었다.      
2. 휴지의 형상 자체를 변형시켜 플레이백을 비롯한 프레임 조작을 이용한 실험휴지를 손으로 찢거나, 칼이나 가위로 자름으로써 역으로 재생시키는 실험을 했다. ‘휴지의 탄생’과도 같은 느낌이 재미있었다. 식물이 자라는 모습을 찍은 영상으로도 보인다. 자르는 텀을 좀 더 잘게 세분화해봤는데 생각보다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하나를 미세하게 자르기보다는 오히려 다양한 군집으로 배치해 하나의 생태계와도 같은 이미지를 보여줘도 좋을 것 같다. 휴지를 자르거나 변형할 때 손, 가위, 철사를 붙여 다양한 움직임을 도출했는데 이 세 가지 방식을 하나로 통일하기보다는 영상 속에 다양한 모습을 적절히 섞어가며 작업해야 할 것 같았다.
영상 속에 이미지를 구현할 때, 카메라 워킹과 조명을 함께 고려해야 할 것 같다. 조명이 없는 이미지는 영상 속에서 효과가 미미하고 분명한 결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휴지 곽 밑에 턴테이블을 두고 움직여가면서 사진을 찍는다. 최종적으로는 휴지 자체의 자라나는 움직임과 더불어 휴지 내부의 면들을 강조하는 드로잉을 혼합하는 형태로 가야 할 것 같다. 
인터랙티브 미디어 인스톨레이션 작업 휴지의 형상들이 사람들의 무의식적인 뽑는 행위에서 비롯되었고,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행하는 조형 행위에 초점이 맞춰져 있듯이, 관객들에게 인위적으로 행위를 유도하는 방식이 아니라 인터렉션 작업 속에 자연스럽게 융화되는 설치물로서 존재하도록 만들고자 한다. 사람의 궤적에 따라 남는 흔적과 같이 보였으면 한다. 지하도나 어두운 길목에 작업을 설치하고, 사람들이 무심코 걸어 다니는 장소에 사람의 걸음걸이에 맞춰 재생되는 인터랙티브 미디어 작업으로 구현한다. ‘피어나며, 곧 사라지게 되는’ 랜덤한 휴지 이미지들로 보이도록 한다. 관객들은 자신의 행위에서 비롯된 각기 다른 ‘인조 정원’을 마주하는 경험을 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1. 스토리보드 사람의 걸음걸이에 따라 휴지 이미지가 재생되도록 한다. 사람이 위치하고 있는 곳의 이미지가 가장 크고 오랫동안 재생된다. 이미 지나친 이미지들은 역재생되어 사라진다. 한 위치에 가만히 서 있을 때 랜덤한 휴지 형상이 서 있는 시간만큼 반복 재생된다. 움직이기 시작하면 역재생되면서 이미지가 사라진다.
2. 다양한 기술적 방법론 리서치1) 아두이노를 이용한 인터렉티브 작업센서가 사람을 감지하고- 신호를 메인보드로 보내고- 아두이노에서 인풋을 감지하고- 코딩에서 입력된 명령어대로 반응한 후-아웃풋 장치에서 영상이 교체되도록 한다.여러 가지 센서(초음파 거리 센서, 마그네틱(자석) 센서, 마이크 앰프 모듈, 조도(빛) 센서)를 사용해 다양한 기술적 시도를 했지만, 전압 문제 때문에 전력을 나누어 쓸 측정에서 오류가 발생했다. 전력 공급용 장치를 구매해서 해결하려 했지만, 곧 하나의 작업 안에 너무 많은 센서와 이야기를 과도하게 넣었다는 것을 알았고, 좀 더 분명한 이야기와 필수적이고 적합한 기술 요소를 가진 작업으로 보이도록 수정하는 과정이 있었다.2) Kinect Skeleton Tracker거리를 지정해서 인식되는 범위 내에 무언가가 나타나면 영상이 반응하도록 하는 장치다. 깊이를 이용해 인식하며, 4~5m 정도의 인식 범위가 나온다.
3. 작업 구현 과정작업 도중, 이미지의 종류와 개수를 늘릴 경우 하드웨어가 감당하지 못하고 아웃풋이 나오지 않거나 이미지가 너무 느리게 재생되는 경향이 있었다. 애니메이션이 도출되는 이미지의 속도와 랜덤한 여러 가지의 이미지가 나올 때 무리 없이 재생되도록 하는 과정이 있었다. 최종적으로 7가지의 랜덤한 이미지들이 사람의 발걸음에 맞춰 발아된다.

에필로그

인터랙티브 작업으로 이끌어나가야만 하는 명확하고 내재적인 이유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작업 도중에 끊임없이 일었다. 하나의 소스로 다양한 매체의 작업을 이끌어 나가려고 할 때 필요 이상의 다양한 방식으로 작업을 끌고 나가지 않는지, 기술에 의해 작업의 핵심적인 이야기가 오히려 방해되지는 않는지 충분히 고려해보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인터랙티브 작업에 있어서 기술을 도구로 사용할 때, 내가 현 상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정도의 기술의 단계와 알고 있는 기술의 대략적인 방법론 정도까지만 나의 상상력이 작동한다는 것이다. 미디어 아티스트들이 자기 작업의 개념적 정립뿐만 아니라 기술자의 언어를 배워 아웃소싱이 필요할 때 기술자와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되도록 하는 것이 작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처음으로 인터랙티브 미디어 설치작업을 융합예술센터의 도움을 받아 제작해 보았고, 이로 인해 관객 반응형 작품 제작에 있어 기술적 두려움이 많이 사라진 것이 나에게는 큰 수확이었다. 현재 이 작업을 주축으로 한 개인전을 마쳤다. 화이트 큐브가 아닌 다른 장소성을 가진 곳에 설치해보질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아 있는데, 기회가 된다면 구현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