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지

손민지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예술사를 졸업하였다. 회화와 드로잉, 영상을 통해 동시대의 대중문화와 특정하게 설정된 상황 속에서의 몸의 움직임에 대해 탐구하고 있다. 작가는 동시대 문화 현상의 주체로서의 ‘개인과 집단의 관계’와 이를 둘러싼 ‘대중문화’에 관심을 둔다. 온-오프라인에서 수집된 정보를 감상/관람하는 행위에 대해 실험하고 있다. 이를 통해, 동시대의 사회문화 현상을 이해하는 작가로서의 역할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Crying Room 1인용 영화관 

이 프로젝트는 관객이 선택한 누군가와 가상의 데이트를 하는 장소로 연출된 상황을 구현하는 것이다. 이러한 영상설치를 통해서 기존 영화 매체의 관람 형태로부터 한 걸음 나아가보려는 시도이다.관객의 정면에 위치한 ‘화면 1’에는 단편영화가 상영된다. 우측에 위치한 ‘화면 2’에는 영화를 함께 관람할 사람(연기자)이 등장하며, 관객은 이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가끔씩 관객에게 말을 걸어오는 연기자의 제스쳐를 통해 영화 관람의 연극적 체험을 유도한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관객들이 ‘오늘날의 소통’에 대해 환기할 수 있는 시간을 체험하길 바란다.언젠가, ‘영화를 같이 보러 갈 사람’이 없는 게 고민이라는 말을 친구에게 들었다. 이 말이 나에게 인상적으로 남은 이유는 ‘영화를 혼자서 보러 가는 일’은 딱히 어려운 일이 아닌데 그렇다면 친구에게 있는 고민은 무엇일까? 영화를 함께 감상하는 시간? 영화관의 분위기? 영화를 본 후에 이어지는 영화에 대한 토론? 그 당시에 친구에게 직접 물어보진 못했지만, 그 당시에 친구가 원했던 것은 ‘무엇인가를 함께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아니었을까.이후에, 나는 ‘공감’을 나누는 일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이 들었고 그 친구에게 다양한 사람들과 영화를 함께 볼 수 있는 ‘가상의 시간’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그것이 가상일지라도. 마치, ‘먹방 TV’를 시청하면서 혼자 밥을 먹는 사람들이 마음의 위안을 얻는 것과 비슷한 느낌일 수도 있겠다. 이렇게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는 한순간이 작업의 동기가 되어 작업을 구상하게 되었다.

작업 과정

프로젝트 진행 계획‘화면 2’에 해당하는 영상을 제작한다. 배우 캐스팅과 영상 제작에 필요한 기술적인 부분을 테스트 촬영을 통해 보완해가며 진행한다. 이후에는 ‘2채널 영상’ 설치 시, 두 화면의 ‘싱크’를 조율한다. 최종적으로 ‘2채널 비디오’ 영상 설치를 공간에 시도한다. 
협업하기로 한 영화(‘화면 1’에 해당)기혁은 중학교 때 어머니와 헤어졌다. 아버지는 의지할 구석이 없는 사람이다. 폭력으로 점철된 생활을 보내는 기혁.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기혁은 결국 소년 법정에 서게 되고, 판사에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부탁을 한다. ([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 [제17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이 영화는 학교폭력과 한 소년의 성장기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우리 사회 구조에 대한 성찰을 하게 만든다. 특히 ‘학교폭력’과 관련된 씬이 많아서 관객의 입장에서는 호불호가 많이 갈릴 수 있는 소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에 대한 반응하는 인물의 캐릭터를 다양하게 연출해보면 ‘화면 2’를 흥미롭게 만들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고 영화 자체의 완성도가 있는 작품이라고 느꼈다.그다음 단계로, ‘화면 2’에 등장하는 인물에 대한 각각 다른 캐릭터를 설정하여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연극원 연기과에 재학 중인 김주연, 박종찬 연기자들과 호흡을 맞추며 몇 차례 촬영해갔다. 이후, 어느 정도 원하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리액션의 연기가 대부분이며 이를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것이 예상보다 더 힘든 것 같았다.

영화리액션: 구민경

영화리액션: 유동훈

연기자: 김주연

연기자: 박종찬

김주연 연기자가 맡은 역할은 사이코패스적인 인물이다. 자극적인 장면을 흥미롭게 바라보면서 웃는 리액션이 많다. 진지하고 슬픈 장면이 나올 때 지루해하는 것이 특징이다. 박종찬 연기자가 맡은 역할은 외모와 달리 예민한 감수성을 가진 사람이다. 김주연 연기자와는 꽤 상반된 캐릭터라고 볼 수 있다. 폭력적인 장면이 나올 때 영화 속 캐릭터에 ‘감정이입’ 하여 함께 힘들어하는 과민할 정도로 섬세한 역할이다. 최종 설치 단계를 구현하기 위해 영상 편집을 통해 영상과 사운드를 조절하고 ‘두 화면’의 싱크를 맞췄다. 이후에는 공간에 ‘2채널 비디오’ 영상 설치를 시도해보았다.
ASMR 실험온라인 데이팅 앱(app)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소통에 대한 불안함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동시대의 심리적 풍경을 가상의 누군가와 함께 영화를 관람하는 행위를 통해 극대화하는 경험으로 나타내고자 한다. 따라서, 연극적으로 연출된 영화 관람의 장소를 영상설치를 통해 제공한다. 창작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서 기술적으로 시도해보고 싶었던 부분은 ‘3D Sound’를 활용한 ’ASMR’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 ‘중간 과정 크리틱’을 진행할 무렵, 관련 자료들을 살펴보면서 내 작업과 어떠한 연관성이 있는지 고민하게 되었다. 지금의 상황에서는 불필요하다고 판단하게 되어 이후에 새로운 작업으로 시도해 볼 예정이다. 일상 속에서 ASMR 사운드를 녹음하여 모아보는 시도를 했었다. 이를 영화의 배경 효과음에 부분에 사용해보려고 시작하였으나 녹음 상태가 깔끔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화면 2’에 해당하는 사운드가 사람의 리액션 이외의 효과음이 불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참고 자료

1. [한국어ASMR] 헤어샵 롤플레이 Hairshop RP (Shampooing, Scalp Massage, Haircut) https://www.youtube.com/watch?v=NQDEJUYUhx4 

2. Virtual Barber Shop (Audio...use headphones, close ur eyes) https://www.youtube.com/watch?v=IUDTlvagjJA

에필로그

[융합예술센터 2017 창작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작업을 계획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을 심화시킬 수 있었다. 이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의견 교류를 통해서 가능했는데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고민하는 부분에 대해 몇 차례의 크리틱을 통해 작업을 점검할 수 있었다.이 과정에서 자신의 작업에 대해 객관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또한, 함께 참여하는 동료들과 서로의 작업 진행 과정에 대해 지속적으로 공유하는 시간은 때론 서로에게 자극이 되었다. 각기 다른 주제와 매체를 통해서 서로가 더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중간발표] 시간이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는다. 작업의 방향에 대해 많은 가능성이 열려있는 시간이었다. 하고 싶은 게 점점 많아지는 것이 문제였지만 [중간발표 & 크리틱] 시간을 통해서 기존의 계획대로 작업에 더 집중하는 것이 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특히, 각각의 학생마다 진행하는 작업의 성격이 아주 달랐지만 한 명씩 세심하게 지켜보며 조언해 주신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했다. 마지막, [최종 발표]를 통해서 작업 전반의 중점적인 요소를 살펴 보았고 이후 발전 가능성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았다. 장시간에 걸쳐 토론이 진행되었는데 최종 완성된 작업 결과물에 대한 질의응답을 통해서 각자의 프로젝트를 정리해 볼 수 있는 뜻깊은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