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일

팀 해일(Hail)은 우한나(미술원)·박이현(영상원)으로 구성된 작가와 기획자 콜렉티브다. 우한나는 도시 생활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매체를 기반으로 이야기를 만드는 작업을 해왔다. 박이현은 기록을 열쇳말로 비평, 기획, 창작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팀 해일은 지난 9월, 촉촉투명각에서 전시 「City Units」을 진행한 바 있다. 을지로에 위치한 우한나의 스튜디오 옥상을 중심으로 도시를 작가의 ‘시선’으로 직조해 보는 프로젝트였다. 한편, 해일의 「City Units : Re-foundation」은 「City Units」에 대한 일종의 리믹스 작업이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해일은 텍스트가 아닌 전시 포맷을 이용한 전시-비평을 시도하며 또한 시선에 해당하는 감각인 시각을 청각 등의 다른 감각으로 확장하여 도시 군상들을 이질적인 방식으로 재집결한다.

「City Units : Re-foundation」

오픈콜에 참가할 당시, 우리는 시선, 도시, 도시감각을 열쇳말로 하나의 전시에서 기획자와 작가는 무엇을 주고받는지에도 관심이 있었다. 그리고 비평과 기획서문 혹은 작업에서의 시각적 요소와 청각적 요소들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 방해하는지, 교차하고 침투하는지 살펴볼 요량이었다.

우리는 융합예술의 (불)가능성을 가정 삼고 있었다.

예술이란 일종의 정화 과정을 거쳐 하나의 제도 혹은 하나의 소제나 장르로 명명되기 때문에, 융합예술은 정화 이전에 이미 가능한 것이자 정화를 통해서만 (현대)예술이 될 수 있고, 그래서 이미 불가능한 것이란 생각이다. 또 하나의 가정은 기획자와 작가 사이의 역할놀이란 점이다.지난 9월, 을지로에 위치한 우한나의 스튜디오 ‘촉촉투명각’ 옥상을 중심으로 도시를 시선으로 직조하는 전시 「City Units」을 열었다. 우리는 도시를 위한 하나의 부대(unit)로 설치작품들을 군집해내는 동시에, 시선을 하나의 단위(unit) 삼아 도시를 이질적인 감각으로 조명해내려 했다.
융합예술센터 11월 전시/공연 프로그램에서 전시한 해일의 「City Units : Re-foundation」은 앞서 9월의 「City Units」에 대한 일종의 리믹스 작업으로 시도되었다. 문학에서는 비평에 사용되는 매체와 비평의 대상이 되는 매체가 같지만, 영화나 미술에선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우리는 전시 포맷을 이용한 전시에 대한 비평을 시도하고자 했다. 또한, 시각에 해당하는 용어인 시선을 청각 등 다른 감각으로 확장하여 도시 군상들을 이질적인 방식으로 재집결시킬 계획이었다. 기술적인 역량 부족으로 실현하지 못한 아이디어가 있어 아쉬움이 남지만, 서울 을지로라는 구체적인 장소에서 갤러리라는 화이트 큐브로 추상화된 공간으로의 전환을 통해 작품의 맥락 역시 바뀐다는 점을 관찰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