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 고물상

까마귀 고물상은 배소영(미술원), 김다윤(미술원), 김현수(미술원), 예서영(미술원), 정혜린(미술원), 정혜연(연극원)으로 구성된 팀이다. 반짝이는 것들을 수집하는 까마귀와 닮은 사람들이 모여서 ‘수집’이라는 행위를 탐구해보았다. 까마귀 고물상의 「오늘까지만」은 “내일은 또 어떻게 변할지 몰라”라는 생각으로 길 위의 물질 혹은 비물질을 수집하고, 그것들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을 담은 프로젝트이다. 까마귀 고물상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설치, 3D 모델링, 릴레이 글쓰기, 다큐멘터리 연극 등 다양한 방법으로 그들이 구성한 ‘수집한 물건의 이야기’를 선보인다. 어느 한구석에 버려진 것에서 무언가를 포착하는 사람들이 있다.

「오늘까지만」

프로젝트를 구상하면서 처음 구상했던 형식은 웹진, 전시, 공연, 팟캐스트 등 여러 갈래였다. 팀원들의 관심사와 본인에게 익숙한 형식, 혹은 평소 실험해보고 싶었던 장르에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도전해보자 하는 취지에서였다. 분산된 구상들은 약 6개월의 프로젝트 기간을 거쳐 최종적으로 전시와 퍼포먼스 두 가지로 귀결되었다. 하나의 의견으로 수렴되어 합쳐진 것도 있었지만, 실행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들로 인해 중간에 무산된 경우도 있었다. 팀원 공통의 수집 경험들은 주로 글로 정리되거나 퍼포먼스의 소재로 활용되었고, 팀원들 각자 개별적으로 집중하고자 했던 다른 요소들은 개개인의 작업으로 마무리되었다. 
프로젝트는 <OK GO> 전시를 통해 마무리 되었지만, 까마귀 고물상의 내부적 완결점은 아직 찾지 못하였다. 굳이 찾으려 하지 않았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그룹의 활동이나 정체감이 어떤 특정한 결론으로 도약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으며, 이를 보충하기 위해서는 그룹 활동의 과정적 순간들을 끊임없이 기록하는 전략이 필요했다. 일례로 기록 영상과 수집한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중첩시키는 행위들이 있었다. 한편 퍼포먼스에서는 텍스트를 낭독하고 수집한 오브제를 공연 안에서 호명하거나 실제로 등장시키는 방법으로 이를 수행하였다.
우리는 전시 서문을 작성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설명이 지나치지 않은 전시를 만들자는 쪽으로 팀원들의 의견이 모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몇 가지를 선언하다시피 기술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우리가 무엇에 관하여, 혹은 무엇의 가능성에 대하여 확언할 수 있는가? 또한 우리의 선언이 무엇을 미리 긍정할 만한 충분한 역량을 갖추었는가? 
필요가 없어진 사물들은 남겨졌다. 가도(街道)를 배회하거나 공간에 잠적해 있는 그것들 모두 각자의 사연이 있지만 우리는 그 내막을 알 수 없다. 단지 추측할 뿐이다. 앞으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화해의 시간일 것이다. 쓰였지만 말해지지 않은 이야기들이 있고, 반짝이지만 전시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있었다. 일전에 수집은 “발견의 내러티브이자 내러티브의 발견”이라서, “물색이 치열하지 않으면 볼 수 없고, 논리가 성글면 말할 수 없다”고 선언하였으나, 이 갈무리에 한해서는 이것의 불가능성을 고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