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선

곡선은 조시은(미술원), 유혜린(영상원), 이재윤(연극원), 황정민(연극원), 황윤중, 김형진, 하주원으로 이루어진 팀이다. 이들은 '달에서 온 언어 연구진'이라는 슬로건 아래, 예술안에서 다원적 소통법을 연구하며, 무용, 음악, 연기, 멀티미디어, 시각디자인 등 서로의 분야를 공유하고 역할을 침범하며 활동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공간과 움직임 퍼포먼스의 당양한 예술 형식의 상호 호환을 찾는 작업으로 「삼간도」를 선보였다. 삼간은 인간, 시간, 공간을 의미하며, 圖(그림 도)는 흡사 한글의 ‘몸’과 유사하여 현대 한국의 모습을 인체와 함께 담아보는 프로젝트를 의미한다.

「삼간도 三間圖」

곡선의 삼간(三間)은 인간(人間), 시간(時間), 공간(空間)을 의미하며, 圖(그림 도)는 흡사 한글의 ‘몸’과 유사하여 현대 한국의 모습을 인체와 함께 담아보는 프로젝트를 의미한다.

문자와 이미지, 그리고 사운드는 시대의 변화를 생생하게 담아낸다.

삼간도 프로젝트는 한국 현대사 속에서의 수많은 문자와 이미지들이 어떠한 시대 배경을 표현하고 있었는지, 사람들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쳐왔는지에 대한 고찰로 하나의 공연으로 담아내 보려는 시도로 출발하였다.

「삼간도」는 옛 민화의 한 종류인 ‘문자도’의 그래픽 디자인 요소를 차용하여 사운드와 퍼포먼스를 결합한 하나의 공연 프로젝트이다. 기존의 추상적이고 비언어적인 표현에 머물러있던 음악과 공연의 한계를 깨트리고자 했다. 문자와 이미지의 사용을 통해 적극적인 메세지 전달과 관객과의 소통을 돕는 새로운 형태의 공연으로 시대별 다양한 문자와 이미지, 사운드 그리고 퍼포먼스를 통해, 우리 현대사는 어떠한 변화를 겪어왔는지를 보여주고자 했다.

삼간도; 역마[驛馬]

역마살의 사전적 의미는 “늘 분주하게 이리저리 떠돌아다니게 된 액운”이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역마살’은 더 이상 부정적인 의미가 아닌, 어떤 면에서는 필수의 용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의 ‘역마’란, 단순히 육체적인 유랑을 넘어서, 정신적인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오늘날의 역마는 개인의 가치를 찾아 방황하는 새로운 형태의 역마로 진화했다. 그리고 한국은 지난 70년의 역사 속에서 수많은 권력과 사상을 경험하고 대항했으며, 이는 한국 특유의 역마를 형성했다. 한국 사회는 주체적인 삶의 가치를 찾기보단, 외력에 의한 수동적 역마의 형태를 띠고 있다. 가장 특징적인 예로, ‘쏠림 현상’을 이야기기할 수 있다. 주체적인 삶의 주도권을 갖지 못하고, 남들이 말하는 하나의 행복의 기준에 자신을 밀어붙이는 무분별한 행동으로 경쟁사회를 초래했다. 이러한 사회 현상 속에서, 최근 많은 사람들이 ‘왜 사는가?’, ‘행복이란 무엇인가?’, ‘삶의 가치란 무엇인가?’에 대한 인문학적 본질에 관심을 갖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삼간도; 역마[驛馬]」공연은 이러한 한국의 역마의 모습을 재현하고자 한다. 해방 이후로부터 2016년 오늘날까지, 우리는 어떠한 사회를 만들어왔고, 오늘을 살아가고 있으며, 또한 어떤 내일을 맞이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서로 다른 매체를 다루며 함께 합을 이루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
무엇을 먼저 시작해야할지, 어느 부분부터 진행해야 할지, 어떤 이야기를 다룰지, 사실 처음에는 모든 게 막막했다. 중간에 의견 충돌로 우여곡절도 많았다. 그리고 프로젝트 진행을 잠시 멈추고 팀원들과 우리가 추구하는 공연의 가장 본질적 메시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되었다. 관객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지, 이 주제에 대한 각자 팀원들의 생각이 무엇인지, 등 충분한 이야기를 가지고 난 뒤에서야 이 공연이 어떠한 형태이든 그 메세지는 잘 전달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갖게 된 것 같다. 각자 맡고 있는 역할을 서로 믿어주면서 진행이 빨라졌다. ‘어느 부분을 먼저 이끌고 갈 것인가’가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다. 처음에는 퍼포먼스를 먼저 만들고 그에 따라 영상과 사운드를 만들어보았는데, 중간 퍼포먼스 수정 과정에서 영상 그래픽은 쉽게 수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퍼포먼스는 즉흥적으로 순간의 변화가 쉬운 반면에, 영상과 사운드는 중간에 한 부분을 바꾸려면 전체 타임라인도 바꿔야하고 렌더링 시간도 오래 걸린다. 먼저 전체 스토리 라인을 크게 잡고 영상과 음악이 어느 정도의 틀을 잡는 것이 더 효율적인 방법이었다. 최종으로는 모두가 흡족할 만한 공연 모습이 나왔던 것 같다. 사실 결과에 대한 아쉬움이 크지만, 공연을 만드는 과정에 있어서 더 큰 가치가 있었던 프로젝트였고, 그런 면에서 팀원들 모두가 만족스러워했다. 그리고 그 치열하고 열정적이었던 과정들이 공연에서 그대로 보았는지, 관객들도 큰 감명을 받았던 것 같다.
이 프로젝트에서 80%이상을 아무래도 현실적인 부분들을 조율하는 데 많이 고민하고 고생했던 것 같다. 사실 프로젝트 초안에서는 퍼포먼스 배경으로 영상만이 아니라, 오브제를 사용한 3D 매핑 영상으로 좀 더 인터랙티브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뿐만 아니라 공연장의 환경, 예산, 기술적인 문제로 많은 아쉬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공연 현장에 대해 굉장히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정해진 각본에 따른, 사전에 정말 세밀하고 탄탄한 기획이 필수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공연이라는 형식은 각각의 서로 다른 매체들이 시너지를 받아 그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장점을 갖고 있다. 이러한 융합 예술적인 특성 때문에 관객들이 오감적 경험을 할 수 있다. 한마디로, 관객에게 비교적 짧은 시간에 강한 경험으로 메시지를 전달 할 수 있다. 그만큼 어려운 작업이기도 하고, 앞으로 시대에 발맞춰 발전 가능성 큰 분야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