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티컬 플레이어 2020 

메타플레이북: 캐릭터 해킹하기

mtpb2021_spread.pdf

나, 우리, 사회를 넘어서, Meta Play 내 안의 충돌, Art Collider 

융합예술센터 아트콜라이더랩(Art Collider Lab)은 문체부 산하 예술학교인 한국예술종합학교의 부설기관으로, 예술 장르 간의 융합에서 나아가 예술과 기술, 사회와의 융합 방법을 연구하고, 창의적인 창작 방법에 대한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기관이다. “Art Collider”는, 입자를 정면충돌시켜 반응을 관찰하고, 새로운 물질을 발견하는 연구 실험 장치인 Collider(입자가속기의 한 유형)에서 영감을 얻었다. 여기에서 ‘충돌’은 기존에 경험해왔던 익숙한 교육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 되며, 이러한 충돌적 행위가 벌어지는 장소로써 랩의 철학을 담은 이름이다. 


우리 안의 창작, Play 

역사가이자 철학자인 요한 하위징아는 저서〈호모 루덴스〉(1938)에서, ‘놀이’는 규칙으로 이루어진 세계에 대한 '이해-해석-수용-비평 -창작’이 창발적으로 일어나는 인간 행위로, 인간이 만들어낸 문명은 이러한 놀이의 속성을 통해 발전하였으며 ‘놀이적 행위’의 함양은 배움과 창작에 가장 중요한 행동이라고 말한다. 아트콜라이더 랩은 내 안에서 시작한 충돌이 자연스럽게 다른 분야와의 소통으로 이어져 외부 환경에 대한 복합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 융합적 창작 교육방법을 발전시키고자 ‘Play’에 주목하였다. 아트콜라이 더랩은 ‘Play’ 주제를 바탕으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은 진행했다. 2017,2018년 IT기술 산업이 집약된 상징적 공간인 판교에서, 대표적인 놀이적 매체인 ‘게임’에 대한 다각적인 접근을 위해 <Art 융합형 인재양성 사업 : 아트 게임 제작을 통한 융합적 창작 연구〉를 진행하였고, 이에 대한 결과를 크리티컬 플레이어의 시리즈의 첫 번째 책자인 <크리티컬 플레이어〉에 담았다. 2019년도에는 꿈다락 토요문화 학교 드림아트랩 4.0 <Everyday is Playful Media〉를 통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주변 환경과의 놀이적 창작’을 기반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였고, 연구과정과 결과내용을〈크리티컬 플레이어 : Everyday is Playful Media 2019>로 출간하였다. 이 외에도 랩 내부적으로 게임, 인터랙티브 아트와 같은 플레이플 미디어를 실험하는 연구와 교육을 지속적으로 진행하며, 기존의 창작 방법론을 넘어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을 지원하고 있다. 


사회와의 소통, Critical Player 

‘4차 산업혁명’, ‘메타버스’ 시대로 정의되는 동시대의 많은 경험이 미디어 테크놀로지 환경에서 구현되면서, 다양한 상호작용적 가치를 생산하는 플레이적 요소에 더욱더 많은 관심이 기울어지고 있다. 특히 이러한 관심과 더불어 가장 대표적인 놀이적 매체인 ‘게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대두된다. 교육자이자 게임 이론가인 메리 플래너건은〈크리티컬 플레이〉(2009)에서 게임은 오락의 수단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개념적 사고와 사회적 변화를 위한 창조적인 표현 수단임을 밝혔다. 각자의 관심 분야를 게임 디자인 방법으로 통합하고, 새로운 작업의 영감을 통해 우리는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다. 아트콜라이더랩은 이러한 기조를 이어받아 예술과 사회·문화·과학·기술의 다양한 분야가 교차하고 연결되는 오늘날, ‘Play’를 예술적 방법론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비평적 플레이어’의 태도와 실천을 강조한다. 플레이어가 규칙으로 이루어진 세계를 탐험할 때, 이는 설계된 디자인에 대해 일방향적으로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을 통해 작품이 가진 메시지를 수용하고 확산하며, 새로운 관점을 다시 제시하는 양방향적 활동으로 나아간다. 이러한 활동에서 게임은 개인을 표현하는 예술적 수단에서, 더 나아가 공동체 안에서 사회문화적 실천이 된다. 동시대의 많은 플레이어는 하나의 ‘게임’ 혹은 ‘플레이플 미디어’에 다각적으로 접근하여 재미의 다양성과 범위를 넓히고 있으며, 다양한 플랫폼과 커뮤니 티를 생성하여 새로운 플레이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아트콜라이더랩은 플레이적 매체가 던지는 질문에 능동적이고 비판적으로 답하고, 다층적인 시각에서 자신의 플레이를 제시할 수 있는 이들인 ‘비평적 플레이어’에 주목한다. 이를 위해 연구, 교육, 창작지원 등 플레이에 주목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비평적 플레이어’ 양성을 꾸준하게 실천하고 있다. 


나, 우리, 사회를 넘어서, ‘Meta Play: From Game to not Game’ 

앞선 크리티컬 플레이어 시리즈가 대상에 대한 교육 방법을 담아냈다면, 이번 <크리티컬 플레이어 2020: Meta Play Book>에서는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게임 매체와 구성 요소를 메타적으로 접근하고, ‘해킹’이라는 플레이 방식을 경험해볼 수 있는 활동을 제시 한다. 이를 통해 게임의 안과 밖을 오가며, 매체, 플레이어 등 다양한 요소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주체적 플레이어’의 행동 양식을 경험해볼 수 있다. 또한, 자신의 활동 분야와 접목해볼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하며, 주체적 크리에이터로서의 ‘비평적 플레이어’로 나아갈 수 있는 사고를 함양할 수 있다. 


: From Game to not Game 

뉴미디어의 두드러지는 특징 중 하나인 ‘상호작용성’은 플레이어에 따라 매체의 모양, 진행 그리고 결과가 달라지며, 플레이어를 통해 이루어지는 다양한 변용은 ‘경험의 개인성’을 극대화한다. 메타플레이북(Meta Play Book 이하 MPB)은 이러한 상호작용적 플레이를 통해 우리에게 익숙한 기존 게임 캐릭터를 해킹하고, 재구성된 캐릭터를 통해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보며, 기존 게임의 문법에 메타적으로 접근해보고자 한다. 


MPB는 총 네 가지 파트로 구성된다. 

part 1. ‘부수면서 만드는 행위로서의 해킹’에서는 ‘불법적 행위’에서 벗어난 기존의 것을 재구성하는 ‘해킹’의 문화와 관점을 알아볼 예정이다. 

part 2. ‘메타플레이와 캐릭터’에서는 ‘메타’, ‘플레이’, ‘캐릭터’에 대해 알아보고, 예술계 안에서 실험되었던 캐릭터 해킹을 살펴보고자 한다. 

part 3. ‘캐릭터 해킹하기’는 실제 플레이어가 되어 캐릭터를 해킹해볼 수 있는 파트이다. 


가이드라인에 따라 혼자 혹은 2명 이상의 팀원들과 함께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 재구성된 캐릭터는 하나의 결과물이지만, 새로운 작업의 시작이자 과정이 될 수 있다. 에필로그에 수록된 ‘MPB 연구/개발팀’의 송대은(보드게임 개발자), 안가영(미디어아티스트), 양명진(게임 기획자) 연구원들의 글에서는 각자의 활동 분야에서 MPB가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알아볼 수 있으며, 더 재미있게 MPB를 활용할 수 있는 팁을 얻을 수 있다. 이를 통해 MPB가 가질 수 있는 의미와 확장 가능성을 재고해보고자 한다. 


이번 MPB는 TRPG(테이블탑 롤플레잉 게임 또는 테이블토크 롤플레잉 게임)의 캐릭터 생성 형식을 차용하였다. TRPG란 일종의 보드게임으로, 사람들이 테이블에 모여 앉아 턴제로 각자에게 주어진 캐릭터의 역할을 수행하여 전체 시나리오를 따라가는 롤플레잉 게임이다. 일반적인 경우, 플레이어가 직접 롤플레잉 캐릭터를 만드는 데 있어 ‘운(Luck)’적인 요소가 중요하다. 던져진 주사위의 숫자를 통해 해당 캐릭터의 특성치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MPB에서는 단순한 주사위 눈의 합에 앞서, 기존 게임 캐릭터의 외형을 해킹하여 새로운 캐릭터와 스토리를 만들 수 있는 플레이를 제시한다. 


기존의 캐릭터를 분석하고 재조립하는 해킹적 접근을 통해 변용된 캐릭터는 ‘게임’에서 시작하지만, '게임’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또 다른 플레이어에게 해킹될 수 있는 NPC(Non-Player Character)로 제시될 수 있으며, 나아가 새로운 캐릭터와 서사는 다른 장르 혹은 매체와 결합하여 새로운 창작 플레이를 구성할 수도 있다. 이번 MPB에서 캐릭터 해킹을 통해 게임을 구성하는 플레이의 요소에 대해 고민해보고, 게임의 안과 밖을 넘나들 수 있는 각자의 ‘메타플레이’를 만들어보자. 


임명연(융합예술센터 아트콜라이더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