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 오브 인덱스』 : 게임과 예술, 플레이어 간의 상호 연결

박선용 (인디게임 개발자)

『연결 사회』의 마지막 강연에서는 『아웃 오브 인덱스(Out of Index, 이하 OOI)』를 중심으로 게임과 예술 그리고 개발자와 플레이어 간에 시도되는 연결들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 원고는 박선용과의 인터뷰로 구성하였다.

연결사회 : 『 OOI』는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무엇을 위한 페스티벌인가요?

박선용 : 2013년 『GDC(Game Developers Conference)』의 극도로 실험적인 게임을 모아 발표하는 컨퍼런스 세션인 Experimental Gameplay Workshop에서 제 게임을 소개했었습니다. 이후 2014년에도 같은 세션에 지원했었는데, 기대와 달리 탈락했어요. 낙심하던 친구들과 이야기하다가 “왜 해외 행사에 접수하기만 해? 우리나라에도 이런 거 하나 있으면 안 돼?”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OOI』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아웃 오브 인덱스(Out of Index)’는 자바스크립트에서 해당 코드에 지정되지 않은 것을 호출할 때 등장하는 에러 코드에서 이름을 따왔습니다. 잘알려진 장르, 게임 쇼라는 인덱스에서 벗어난 게임을 찾고 이러한 것들을 추구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OOI』는 사람들에게 인기 있을 법한 게임들을 보여주는 여타의 게임 페스티벌과는 다르게 ‘창작자’에 초점을 두고, “자기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그런 사람들이 서로를 발견하고, 그들이 대중들에게도 발견되고, 응원 받을 수 있도록” 장려합니다. 특히 이상한 게임을 소개해주는 ‘실험실’과 ‘시장’을 연결하여, 『OOI』에서 시도되는 다양한 실험에 영향을 받아 신선한 게임들이 시장에 나올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연결사회 : 『OOI』에서 선보인 게임들이 궁금합니다.

박선용 : 올해 전시에서 선보인 게임 중 한 가지를 소개드리자면, 멀티미디어 스튜디오 시밍리 포인트리스(Seemingly Pointless)의 「e치즈 존(eCheese Zone.)」(2018)이 있습니다. 이 게임은 로딩이 한 시간이나 됩니다. 흔히 나쁜 게임 디자인이라고 하는 것들이 모두 합쳐져 게임 플레이를 만들어 내며, 그것들이 이 게임을 특별하게 하는 요소로 작동합니다.

이 외에도 정말 다양한 실험 게임들이 『OOI』를 통해 소개되었습니다. 저희 페스티벌 홈페이지(http://www.outofindex.org)를 통해서 보실 수 있습니다.

<‘게임’과 ‘실험’의 경계>

연결사회 : “『OOI』가 포용하는 작품의 경계가 확장됨을 느끼고 있다”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확장의 경계에 있는 작품을 ‘게임’으로 범주화 할 수 있을까요? 혹은, ‘게임’의 개념 자체가 확장되었다면, 이를 무엇이라 명명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과 관련하여 강연에서 언급하신 ‘플레이플 미디어(Playful Media)’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박선용 : 사실, ‘플레이플 미디어’라는 단어 자체가 사용된 것이채 10년이 되지 않아서 무엇을 말하는지 정확히 정의 내리기는 힘듭니다. 그렇지만, 굳이 ‘미디어아트’ 대신 ‘플레이플 미디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게임의 존재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플레이플 미디어가 게임을 통칭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게임과 플레이플 미디어의 핵심 개념이기도 한 ‘플레이’가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통적인 비디오 게임의 범주에서 게임 플레이는 대부분 목적성을 가집니다. 이에 반해, 플레이플 미디어는 기존의 비디오 게임이 수십 년간 만들어져 오면서 사람들에게 각인된 어떠한 개념과는 다른 방식의 플레이를 제안하는 미디어라고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예를 들자면, 이번 『OOI』에서 전시된 「에브리띵 이즈 고잉 투비 오케이(Everything is going to be OK)」(2017)의 경우, 앞에서 말한 플레이의 목적성을 가지지 않은 웹진 형태의 작품인데요, 일반적인 게이머의 입장에서는 이를 게임이라 부르는 것 자체가 이해하기 힘들 거예요.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 작품은 하나의 인터랙티브 아트로 보일 수 있어요.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때 창작자 스스로는 자신의 작품을 인터랙티브 아트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겁니다. ‘플레이플 미디어’는 이와 같은 범주의 경계 때문에 만들어진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연결사회 : 그렇다면 『OOI』에서 ‘플레이플 미디어’ 대신에 ‘실험 게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박선용 : 아직 국내에서는 ‘실험 게임’만 해도 “그게 뭔데?”라는 반응이 나옵니다. 그래서 관념적이고 개념적인 단어보다는 조금 더직접적인 단어로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또한, 『OOI』의 운영진들 모두 자신을 게임 개발자라 생각하고 있고, 『OOI』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게임 창작자들이 실험을 했으면” 하는 의도가 있었기 때문에 ‘게임’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편, 어떤 작품은 설명할 때 일부러 게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기도 합니다. 이는 매년 운영진들의 논쟁 주제이기도 한데요, 전반적으로 생각해보면 작품을 선정할 때 사람들이 생각하는 비디오 게임이라는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플레이플 미디어를 선정하려고 노력하는 편인 것 같습니다.

연결사회 : 사실, ‘실험’ 또한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OOI』의 ‘실험 게임’은 무엇인가요?

박선용 : 공식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실험 게임’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게임 플레이 경험을 주는 게임’ 정도로 정의하고 있어요. 실제로 『OOI』에 접수되는 실험적인 게임들은 대체로 두 양상으로 나눠집니다.

하나는 메카닉 차원에서 신선한 플레이를 가진 게임이고, 다른 하나는 예술 작품에 가까운 게임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예술 작품적인 게임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심사위원마다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게임을 선정할 때끊임없는 질문을 바탕으로 많은 토론과 고민을 합니다. 운영진들과 회의를 해서 결국 답이 나오지 않으면, 최소한 이것은 실험적인 것이 아니리라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러한 질문과 토론을 심사 안에서 끝내지 않고, 페스티벌에 온 누군가에게 이 게임이 왜 실험적인지 질문을 던지기도 합니다.

<‘게임’과 ‘예술’ 그리고 ‘미디어 아트’>

연결사회 : 강연에서 창작자의 생각과 여러 가지 실험이 들어 있다는 것으로 게임 또한 예술이 될 수 있는 한편, ‘플레이어’의 존재는 예술과는 다른 점이라고 언급하셨잖아요. 그렇다면 미디어아트의 인터랙션에 가담하는 ‘관람자’와 ‘플레이어’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박선용 : 미디어아트의 ‘관람자’와 게임의 ‘플레이어’는 능동성에 그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관람자는 예술을 받아들이는 수동적인 입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랙티브 요소를 내재한 미디어아트의 경우에도 관람자는 작가의 의도 안에서 작품 세계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구조를 경험하죠. 그에 반해 플레이어는 말 그대로 그 미디어에 놀기 위해 들어가며, 그 세계 안을 스스로 찾아 경험하게 됩니다. 게임은 애초에 플레이어가 스스로 게임 세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죠. 이때, 개발자의 숙제는 게임에 대해 최소한의 텍스트로 설명하는 거예요. 이처럼 미디어아트와 게임의 차이는 창작자의 의도를 전달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일반 전시와 다르게 『OOI』의 각 작품에 설명이 없는 이유이기도 해요. 또한, 예술이란 자기 질문에 대한 답을 여러 가지 과정으로 풀어내는 작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관람자들이 작품을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해도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와 달리 게임은 애초에 ‘플레이어’의 존재를 전제로 가지기 때문에 게임을 플레이어들이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의미가 없기도 하죠.

연결사회 : 예술로서의 게임은 그 게임을 만드는 사람의 생각 그리고 실험이 들어가 있다는 점에서 『OOI』에서 보여주는 게임들은 하나하나가 아트 피스라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면, 『OOI』에서 게임을 전시할 때 가장 크게 고려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박선용 : 관람자로서의 참가자와 플레이어로서의 참가자를 모두 고려합니다. 특히 미술관의 게임 전시와 가장 큰 차이점은 『OOI』의 관람객들은 확실하게 타깃팅이 되어있다는 것입니다. 미술관의 관람객과 달리 『OOI』의 참가자는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기 위해 오는 사람들이 많죠. 게임이 미술관에서 인터랙티브 아트로 전해질 때, 관람객이 각작품에 쓰는 시간이 채 5분이 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게임은 일반적으로 오 분 이상 투자해야 하는 미디어예요. 그렇기 때문에 게임 작품을 전시함에 있어서 플레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고민을 많이 합니다. 특히 올해 전시된, 로딩 시간이 60분이나 되는 게임인 「이치즈존(eCheese Zone.)」(2018)을 설치할 때는 그 게임을 20분 간격으로 두세 개를 둘까 고민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지켜보는 것으로 방향을 정하면서 하나만 전시했죠.

대신에 게임 로딩이 끝나고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면 스텝들이 사람들에게 게임의 시작을 크게 알리는 방법으로 플레이어를 모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잘 연결된 소수’와 커뮤니티>

연결사회 : 『OOI』의 목적성에 불특정 다수보다는 ‘잘 연결된 소수’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또한, ‘잘 연결된 소수’로서의 『OOI』 커뮤니티 형성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박선용 : ‘잘 연결된 소수’를 신경 쓰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기본적으로 『OOI』가 개발자(창작자)를 위한 행사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OOI』와 관련된 모든 연결의 중심에는 언제나 개발자가 있습니다. 그 연결성이 계속 늘어나고 커지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개발자와 개발자의 연결이 가장 중요하죠. 그렇기 때문에 『OOI』를 불특정 다수의 페스티벌보다는 실제로 개발자이거나 개발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페스티벌로 만들고 싶어요. 또, 『OOI』의 초반에는 선정된 작품에 대한 개발자의 ‘게임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는 공간의 장소가 협소하여 많은 수의 관객을 수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소수의 페스티벌을 지향하기도 했습니다. 올해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자와 운영자와의 토크 시간을 ‘게임 톡’이라는 이름으로 변경하고 시간별 세션으로 진행하였습니다. 이처럼 관심 있는 소수의 연결이 견고히 되어야 커뮤니티가 확장되었을 때도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생각을 유지하기 위해 몇 가지 신경 쓰는 부분이 있죠. 특히 페스티벌이 전달하는 메시지 외의 논란은 일체 없길 바라는 생각으로 세밀하게 후원사를 정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올해 처음으로 게임을 제출할 때 접수비를 받았는데요, 접수비를 받는 만큼 심사하는 게임에 대한 최소한의 피드을 고민하기도 하였습니다.

연결사회 : 개발자는 플레이어이기도 하지만 모든 플레이어가 개발자인 것은 아닙니다. 이때 개발자의 커뮤니티가 개발자가 아닌 플레이어들과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나요?

박선용 : 개발자에게는 플레이어가 게임을 하는 장면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무언의 의사소통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개발자는 자신의 의도를 최대한 설명 없이 플레이어가 능동적으로 찾을 수 있도록 게임을 만들려고 노력하죠. 플레이어가 내 의도를 잘 파악하고 있는지, 또는 어떻게 오해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됩니다. 게임 개발자들은 플레이어들의 반응을 보고 다음 버전을 만들기 때문에, 플레이어들은 해당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만으로도 간접적으로 그 게임 개발에 참여한다고 볼수 있을 것 같아요.

다른 미디어와 구분되는 게임의 특징 중 하나는 업데이트가 가능하다는 것인데요. 이 때문에 플레이어가 개발에 관여하려는 수많은 시도들이 있어왔으며, 창작자로서의 개발자가 어느 정도까지 플레이어들의 피드백을 받아들여야 하고 소통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쟁을 낳기도 했어요. 이처럼 게임은 다른 미디어들과 다른 양상으로 플레이어들과의 소통이 아주 활발하게 생기는 미디어입니다.

<『OOI』와의 연결과 확장>

연결사회 : 『 프로젝트.99(Project.99)』와 『서울 인디즈(Seoul Indies)』 등 『OOI』 외의 활동들에 대해서도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이러한 활동들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박선용 : 기본적으로 저의 모든 활동은 스스로가 놀기 위해 만든 것입니다. 『프로젝트.99』또한 실험적인 게임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시작했어요. 『프로젝트.99』는 매월 개발자들이 모여 굉장히 실험적인 게임을 만들고, 그것들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0.99달러에 판매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가벼운 실험을 통해 다양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선보이고 반응을 살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즐겁게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서울 인디즈』도 다른 활동들과 마찬가지로 다른 개발자들과의 연결을 위해 만들었어요. 『서울 인디즈』는 일본의 『도쿄 인디즈(Tokyo Indies)』에서 받은 좋은 영감을 공유한 친구들과 시작한 모임으로 단순한 친목이 아니라 개발자들끼리 서로의 개발에 영향을 줄 수있는 커뮤니티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여타 개발자 모임과 다른 점은 매월 다섯 개까지 게임 프리젠테이션을 할 수 있다는 거예요. 특히 가감 없는 피드백을 통해 서로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모임으로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모임의 외국인 멤버들이 해외에 한국 게임 신을 소개할 수 있는 작은 퍼블리셔나 에이전트의 역할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결국 저의 모든 활동들은 궁극적으로 스스로 재미있으려고 하는 것들입니다. 저의 세계를 만들고 재미있는 것을 계속 만들어내는 놀이터에서 충분히 놀고 싶어요.